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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강연정치’와 대학의 미래
김우룡 전문위원 /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지금 대학캠퍼스에는 대통령 선거 전초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 강단이 예비 주자들의 유세장이 되고 있다. 유력 후보들은 경향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젊은 표심 잡기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른바 「강연정치」이다.

「강연정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유용하다. 현행 선거법에 전혀 구애받지 않고 정치적 소신과 국가경영의 비전을 밝힐 수 있어서 좋을 것이다. 무시할 수 없는 정치 세력으로 등장한 신세대를 직접 만나서 경륜과 정치적 포부를 밝히고 서로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강연정치」는 미디어를 통해서 널리 확산되고 있어서 선거캠페인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예비주자들은 불원천리를 마다 않고 달려가고 감기가 들어도, 목이 쉬어도 면대면(面對面) 커뮤니케이션을 포기하지 못한다.

지도자의 말씀을 듣는 자리가 나쁠 것은 없다. 텔레비전 정치의 단점을 보완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인물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강연정치」를 무턱대고 권장할 수만도 없지 않나 생각된다.

왜 그럴까?

선거일이 1년도 더 남았는데 조기 과열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목하 선거 열풍은 캠퍼스에서 시작되는 느낌이다.

대학은 교육의 장이지 유세의 장은 아니다. 또 아직 후보로서 공인되지 않은 상태인데 이미 불공정 경쟁이 야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무엇인가? 기회균등과 공정경쟁이 아닌가? 그뿐 아니다. 자천후보를 선출된 공인후보인 양 미디어가 다루고 있어서 선점 우위의 프리미엄이 생기고 있다. 따라서 「대표」,「시장」,「지사」등 현직에 있었던 사람들이 크게 앞서가고 있다. 마라톤 경기에 비유하자면 이들은 이미 반환점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셈이다.

또 이들의 공약이나 비전은 공당의 합의나 검증을 거친 것인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도 그러하고 대륙 철도 연결 프로젝트도 예외는 아니다. 자칫 득표의 수단으로 교언영색(巧言令色)과 감언이설(甘言利說)이 난무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게다가 대학을 방문한 대선주자들이 대학에 관해서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예컨대 지금 입시시즌이다. 여기에 대한 개선책은 어디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치루는 입시, 대학이 스스로 가르칠 학생조차 맘대로 못 뽑는 제도를 어떻게 고치겠다는 약속은 한마디도 없었다.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새로운 기술과 사상, 인재와 아이디어는 모두 대학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미 대학은 서열화 되었고 학생들은 점수기계로 전락했다. 대학은 거대한 고시학원으로 바뀌었고 교수들은 ‘철밥통’을 차고 앉아 음풍영월을 노래한다.

전국 초중고에서는 원어민 영어 교육의 열풍이 불고 대학에서는 영어 강의가 유행가처럼 번지고 있다. 회사 들어가는데도 영어 점수가 당락을 좌우한다. 영어 잘하는 게 나쁠 것은 없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왜 영어를 잘해야 하는가. 통상, 외교, 학술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한 영어 잘해서 어디에 쓰는가.

잘못된 교육과 제도, 정책이 나라를 멍들게 한다. 나라 바로 세우는 일은 교육의 개혁, 입시의 자율화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대선주자들의 화답(和答)을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6-12-09 오후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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