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교협은 "제자 논문 표절 의혹 등은 단순히 장관직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다"며 "교수직까지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학자적인 양심 회복만이 아니라 교육행정의 정상적인 운용을 위해서라도 김 부총리에게 자진해서 사퇴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민교협의 성명서 전문 내용.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다
최근 김병준 신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연구윤리문제로 우리 사회에 큰 물의를 빚고 있다. 지난 24일 한 일간지는 “김 부총리가 국민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심사했던 제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거의 베껴 권위 있는 국내 학회지에 기고했다”고 보도하여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김 부총리가 정말 표절했다면 이는 단순히 장관직의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학자로서의 자격에 결정적인 오점이 되는 행위로서 교수직마저 내 놓아야 할 만한 사안이다.
김 부총리는 지금의 논란과 관련하여 한국행정학회에 논문에 대한 심의를 요청했다고 한다. 우리가 보기에, 그의 이런 행동은 사태를 적당하게 얼버무리려는 속 보이는 행동이다. 우리는 표절 의혹 심의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의 영향력이 미치는 한국행정학회가 아니라, 다른 학문적 기구가 표절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BK(두뇌한국) 21 사업'에 선정돼 연구비를 받은 뒤 같은 내용의 논문을 두 개의 연구 실적으로 보고한 사실이 새로 드러났고, 김 부총리 자신도 이를 인정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사실상 동일하거나 유사한 논문을 각기 다른 학술지에 중복해서 발표하는 일은 그간 학계에서 종종 있어왔고, 또 표절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볍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근래 들어 연구자의 연구윤리 문제로 큰 홍역을 치른 뒤로는 연구윤리에 대해 더 엄격한 자세가 학계 안팎으로부터 요구되고 있거니와, 교육인적자원부 스스로도 “대학의 연구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올해 2월 미국의 ‘공중위생총국(PHS)’ 산하의 ‘연구윤리국(ORI)’이 발간한 책자를 『연구윤리 소개』라는 제목의 책으로 번역-출간해 전국의 대학에 배포한 바 있다.
이 책자에 의하면, 김 부총리가 동일 논문을 각기 다른 학술지에 중복 발표해 두개의 연구실적으로 만든 행위는 명백한 “기만행위”(154쪽)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그의 행위는 현재 학계에 권장되고 있는 기본적인 연구윤리를 명백하게 위반한 행위인 것이다.
우리는 동일 논문의 중복 발표 행위를 들어 김 부총리에게 교수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위 책자에 실린 김진표 전 부총리의 발간사에 의하면, “우리 대학과 연구자들도 연구윤리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원칙과 행동지침을 세워 나가야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따라서 위의 문구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현 신임 부총리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주무장관으로서는 부적격이라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그의 동일 논문의 중복 발표 행위는 연구윤리 문제를 철저하게 지도·감독해야 할 주무부서의 수장에게는 심각한 결함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학자적인 양심의 회복만이 아니라 교육행정의 정상적인 운용을 위해서라도 김 부총리에게 자진해서 사퇴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는 바이다.
아울러, 우리는 오늘날 한국의 학계가 논문 발표 수에 의한 교수업적 평가, 성과급제의 도입과 같은 대학의 신자유주의적 개편의 여파로 ‘업적 부풀리기’의 열풍 속에 놓여 있음을, 그리고 이런 조건 속에서는 현 신임 교육부총리가 저질은 것과 유사한 행위들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현 신임 교육부총리가 바로 그런 신자유주의적 대학개편의 전도사라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이지 않을 수 없다. ‘업적지상주의’가 판치는 곳에서는 학문적 업적다운 학문적 업적의 생산이 어려워지고 학문연구의 윤리가 유린당하게 됨을, 대학의 신자유주의 개편이 대학을 외화내빈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음을 우리는 이번 사태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2006년 7월 28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