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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두뇌의 양성소, 대학연구소 <1>
1부. 대학연구소의 현주소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 향상은 저조 ... 연구비, 연구시설, 연구원 등 구조적 문제 얽혀
연구기능 강화를 위해 대학들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중점적으로 시행할 연구소를 자체적으로 설치해왔다. 이렇게 생겨난 것이 대학부설연구소다. 우리 대학 70여개교 이상에 설치된 이공학 분야 연구소만 1,100여개소가 넘는 가운데 이들 연구소가 지금껏 이뤄낸 성과는 그 양적 수준에 비해서 매우 저조하다. 여기에는 연구지원 비용, 연구설비와 시설, 연구원 확보 등 여러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우리 대학의 경쟁력, 나아가 과학기술 경쟁력, 국가 경쟁력 확보에 대학 연구소의 기여도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제고가 필요할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본지와 한양대의 이번 공동기획을 통해 우리 대학연구소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글 싣는 순서

1. 대학연구소의 현주소

2. 대학연구소의 역할과 성과I

3. 대학연구소의 역할과 성과II

4. 해외 선진연구소가 주는 교훈

5. 대학연구소의 비전과 전략

■대학부설연구소의 역사와 현황 = 1950년대 이전에 우리 대학에 설치된 연구소는 의약학 1개, 사회학 1개 등 2개소에 불과했다. 1950년대에도 인문 3개, 사회 8개, 통합연구소 1개가 설치되는 데 그쳤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서면서 인문, 사회는 물론 이공학, 의약학, 농학, 수해양, 예체능 등 전분야에 걸쳐 163개의 연구소가 신설됐으며 1970년에는 302개소가 더 늘었다. 지난 1980년대는 기존 연구소 수의 1.5배수를 넘어서는 연구소가 신설되는 등 크게 급증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사장 허상만)이 최근 집계한 대학부설연구소 현황을 살펴보면 설립별로 전국 국공립대학의 경우 이학 분야 연구소가 122개소, 공학 213개소, 사립대학은 이학 254개소, 공학 517개소에 이른다. 소재지별로는 전문대학을 포함해 수도권에 이학 136개소, 공학 273개소가, 지방에 이학 240개소, 공학 457개소가 설치 운영되고 있다.

이같은 대학연구소의 양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학문적 성과는 기대수준에 못 미쳤다.

2005년 기준 SCI 논문발표 수만 보더라도 서울대가 전년보다 830편이 늘어났음에도 3,946편, 연세대는 2,025편, 성균관대는 1,568편, KAIST가 1,452편, 고려대가 1,441편, 한양대가 1,274편인 반면 미국 하버드대는 1만1,603편, 일본 도쿄대는 7,184편, 미국 UCLA는 6,888편에 이른다. SCI 논문발표 수가 온전한 잣대는 아니지만 최근 몇년간 우리 대학 연구자들에게 가해진 SCI 압력이 지나치게 강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연구자들이 몸살을 앓은 것에 비해 성과는 미흡한 결과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러나 무작정 연구자들에게만 책임을 묻기에는 불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몇가지 고려해야할 문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평균 연구원 수는 4년제 대학의 경우 이학 25명, 공학 19명이며 50명 이상인 이학 연구소는 49개소, 공학 연구소는 70개소다. 그러나 10명 미만인 연구소가 이학의 경우 95개소, 공학은 208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연구원도 비전임의 비중이 두배 이상으로 훨씬 높다. 평균 전임 연구원 수는 이학이 9명, 공학이 7명인데 반해 평균 비전임연구원은 이학이 17명, 공학이 12명 수준이다. 많은 연구소가 연구원 확보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는 셈이다.

최근 5년간 연구수행현황을 보면 이학 연구소는 평균 연구비가 91억원, 공학은 11억원으로 이학 341개 연구소의 총 연구비는 3조 1,056억원, 공학 600개 연구소의 총 연구비는 6조 8,780억원이다. 5년간이라는 기간과 연구소 수를 감안하면 연구비 수준은 낮다.

연구지원기금은 이학의 경우 연구소 1개소당 평균 1,518만원, 공학은 평균 716만원으로 이 가운데 학교지원이 이학 연구소가 총 15억원, 공학 연구소가 총 9억 4,000여만원이며 다른 기관에 의한 지원은 이학 연구소가 29억원, 공학 연구소가 32억원으로 이학 분야 대비 공학 연구소들은 학교보다는 다른 기관의 지원의 비중이 크게 높았다.

■대학 연구소의 유형 = 대학연구소의 유형은 세가지로 구분된다. 교수 개인이 정부나 비영리 공공단체, 산업체 등을 통해 연구과제를 제안하고 교수개인 연구실 차원에서 과제를 받아 연구를 추진하는 형태가 그 중 하나로 가장 기본적인 대학연구유형이다. 자주성이나 창의성이 높은 소규모 연구과제 수행에는 적합하지만 체계적 연구관리가 어렵고 기자재나 지원인력을 갖추기가 곤란하다. 또한 학술지 논문 발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사회 경제적으로 활용도가 낮은 편이다.

조직화된 대학연구단위를 구성해 기초과학연구, 응용 공학 연구, 특수목적 연구 등을 수행하는 대학위탁 연구센터 형태도 있다. 체계적인 연구관리나 학제간 교류, 공동연구 추진, 대규모 연구과제 수행의 장점이 있는 반면에 실험 연구 기자재를 갖추거나 소속 연구 인력이 학과교수의 단순 집합에 불과해 연구는 교수 개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연구소는 행정적 역할에 그치게 된다.

마지막 유형은 산학연계를 통해 대학연구의 활성화와 대학의 연구 성과를 산업계와 공유하기 위한 산학협력센터의 형태다. 기업 참여를 통해 공동 연구와 협력관계가 형성되며 산학협력컨소시엄, 기술혁신센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대학과 가업의 공동연구나 기술적 문제 해결, 기술 이전을 추구하는 유형이다.

■연구지원의 현실 = 한국학술진흥재단와 한국과학재단은 다양한 차원에서 사업을 벌이며 대학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학진은 1990년부터 대학부설연구소사업을 시행했으며 1994년부터 3개 이상 과제 선정 연구소를 중점연구소로 집중지원했다. 1999년 이후에는 연구소 특성화와 연구 역량 집적을 위해 정책을 바꿔 대학의 육성의지와 역할을 요구했다. 지난 2004년에는 우수 이공계 대학연구소 지원 사업이 추가됐다.

과학재단은 1989년 우수연구센터 사업을 시작해 과학연구센터(SRC), 공학연구센터(ERC) 사업을 추진했으며 1995년부터는 지역협력연구센터(RRC)사업을 개시해 현재 우수연구센터 사업 대상 연구소는 100여개소를 넘는다.

이같은 정부의 대학연구지원 정책은 전략적 차원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산학연 공동연구와 학제간 공동연구에 대한 지원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의 논리가 능사는 아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특혜는 향후 새롭게 등장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을 저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에 의해 연구비가 지원되는 영역으로 기초과학자들이 집중됨으로써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연구가 홀대받게 되는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공동연구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우 고유한 분야에 대한 기초과학 연구자 개인에게 선의의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교육과 학문을 연계하는 프로그램도 충분하지 못하다. 정부의 기능이 교육과 인적관리는 교육인적자원부로, 과학기술은 과학기술부로 편재돼 교육과 기초학문 연계 방안이 미약하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교육과 기초학문지원기능을 한 부처에서 통합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두 부처간의 기능분담도 문제다.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에서 과학기술부, 교육인적자원부 또는 과학재단, 학술진흥재단 간 업무가 중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연구소의 활성화 “왜 필요한가”=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인만큼 대학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사회적으로 상당히 높다. 국가 전문 연구소 육성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초연구를 통해 산학협력에 주체적인 역할 수행을 맡을 연구소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다. 뛰어난 개인 연구자는 있어도 세계적인 연구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도 대학연구소가 활성화되지 못했던 탓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과학기술분야 박사연구 인력의 69.4% 이상이 대학에 편중돼 있다는 통계결과를 감안하면 대학은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연구개발에 있어 가장 집중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국가의 기초과학 육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밖에 없고 미쳐야 하는 위치에 있음에도 대학 연구 활동에 중심이 되는 인력들이 대학의 연구 환경이나 경제적인 문제로 연구에 몰두하지 못하는 불행한 현실에 놓여있는 게 사실이다.

대학연구소는 현재 연구비, 연구과제, 인력, 시설 등 대학의 연구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임에도 형식적인 운영에 그치고 있다.

정부 연구중심대학 육성에 부합되는 기본적인 연구 인프라 구축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곳, 연구비 확대, 연구 공간 확충, 연구 인력 활용으로 박사후 과정 확대나 연구전담교수 제도를 운용할 수 있는 곳, 이러한 이점을 가진 곳이 대학연구소라는 차원에서 보면 대학연구소의 적극적인 활성화 정책을 통해 우수한 핵심연구인력양성과 활용, 산학연 연계 촉진을 위한 기반 조성, 세계 수준의 특성화된 연구소 육성을 위한 기반 확보 등을 바탕으로 국가 기초과학 육성을 위한 대학 연구 환경 조성 도모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활성화의 관건은.= 그렇다면 대학연구소의 활성화를 위해 어떠한 노력이 선제돼야 할 것인가.

고려대 전승준 화학과 교수는 “재정부담이 크긴 하지만 전문적이고 목적 지향적이며 대규모 연구를 위한 대학 내 전문 연구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 교수는 “대학연구소의 실질적 운영을 위해서는 연구 인력의 유연성을 증대해 연구과제 종료와 함께 산업체로의 기술이전이나 연구경력을 통해 산업체나 대학으로 일자리를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여기에 연구장비 등 연구 인프라를 위한 연구경비로서 연구인력지원비, 인프라 지원비, 소모성 연구비를 구분해 연구 수행에 필요한 실소요 경비를 지원하는 연구 지원 시스템의 선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지자체, 기업의 지원과 협력이 필수적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대학 특성화와 연구소 특성화는 반드시 연계돼야 한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요구하는 부분이다. 학술진흥재단 자연과학단, 생명과학단, 공학단 단장을 겸임했던 포스텍 정민근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대학연구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학 특성화 계획에 따라 육성의지가 있는 연구소를 지원해야 한다”며 “우리 연구소들은 과학재단의 SRC, ERC와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연구소의 자립성 부족도 문제로 지적돼고 있다. 서울대 김선기 물리학과 교수는 “기초과학연구소는 연구비 지원 창구의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연구비 지원 종료 단계에서 연구소 자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실질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초과학분야에서의 자립은 연구비 수주가 가능한 우수 연구자들을 전임 연구 인력으로 어느 정도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현재의 2~3배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증대시켜 전임 연구인력을 확보하고, 특성화된 연구를 통해 연구주체로서 학과와 상호보완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R&D 예산 중 기초연구비중은 벌써 2000년 초반에 영국 33.2%, 미국 24.4%에 비해 우리는 지난해야 비로소 23.7%로 올라섰으며 총 연구개발비 가운데 대학연구에 대한 비중은 영국 21.4%, 프랑스 19.1%, 일본 13.7%, 미국 13.6%인데 비해 우리는 9.9%에 불과하다.

대학 연구소의 발전모형으로 제시되고 있는 독립채산형 대학연구소를 통해 정부 과제 수주 의존 일변도에서 탈피해 연구만이 아니라 연구와 교육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물론 특성화 연구까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학연구소의 전임 연구원 확보, 정년 보장 교원 승진 가능성 확보 등을 통해 박사후 과정, 연구교수 등이 소속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단지 대학 연구자의 바람만은 아니다.

윤지은 국장 기자 (alice@unn.net) | 입력 : 07-05-28 오전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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