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연구비 집행 비리로 구속 기소된 양현수 총장 사태 이후 충남대 내에서 제기되던 직선제 개선 논의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충남대 교수회는 지난달 공청회를 열어 직선제에 대한 전면적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으나, 발표자로 참석시키려던 교수들이 대부분 불참을 통보해와 무산됐다. 이에 교수회는 "총장임용후보자추천위원회(총추위)에서 직선제 개선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공청회 발표자들의 불참 이유는 이미 출마를 준비중인 동료 교수들과의 인간관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원식 교수회장은 지난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직선제 찬반 의견을 가진 인사 4명씩을 선정해 공청회 발표를 부탁했더니 대부분 불참을 통보해와 공청회 개최가 어렵게 됐다"며 "아무래도 차기 총장에 나서기 위해 뛰고 있는 인사들과의 관계 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충남대 차기 총장으로 출마하기 위해 물밑에서 선거운동을 벌이는 인사는 10여명 정도. 교수들은 선거운동에 들어간 동료 교수와의 인간관계를 감안, 직선제에 대한 찬반의견을 나서서 피력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양 총장 사건이 터진 직후, 직선제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줄어든 점도 직선제 개선 논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한 직원은 "양 총장 비리가 포착된 직후 높았던 직선제 개선 목소리가 지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라고 전했다.
더욱이 양 총장의 신분이 정리(사표수리나 해임징계 등)되면, 충남대는 즉시 선거국면에 돌입하게 돼 직선제 개선 논의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10여명의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제도 자체를 바꾸는 게 쉽겠냐는 지적이다.
한 단과대 학장은 "총장 궐위가 확정되면 곧바로 선거국면이 되는데 선거 룰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후보 검증 절차를 보완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충남대 밖에서는 외부총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직선제에 의해 선출된 내부 인사보다는 여러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외부 인사가 개혁을 더 힘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재 충남대 안팎에서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송자 전 연세대 총장 등이 영입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충남대 총동창회 관계자는 "충남대 밖에서는 직선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전문 행정력을 갖춘 인사가 (총장으로) 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그 대상으로 2명의 인사가 오르내리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운찬·송자 전 총장은 둘 다 충남 출신에 총장 재임기간 동안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엔 행정도시 진입, 대학간 통합, 충남도청 이전 예정지 확보 등 충남대의 과제를 이들의 대외 영향력으로 해결해 보자는 심리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