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실장, 한창 시끄럽던 ‘신정아 사건’은 말도 안꺼냈다?
과테말라서 귀국 다음날 만사 제치듯 장윤스님 만나
정책실장 업무대상과 동떨어져… 중간자 역할 가능성
변양균(卞良均)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이 신정아씨 가짜 학위 파문 과정에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씨에 대한 ‘권력층 비호’ 의혹이 한층 커지고 있다. 변 실장은 24일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장윤 스님을 만난 적은 있으나 신씨 문제를 꺼내지도 않았고, 스님을 회유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석연찮은 점이 많아 오히려 의혹을 부풀렸다. 해석에 따라선 개입을 시인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변 실장은 이날 자신에 대한 의혹임에도 직접 나서지 않고, 천 대변인이 변 실장의 말을 전하는 식으로 해명했다.
◆변 실장과 장윤 스님 중 누구 말이 맞나?
변 실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을 위해 대통령 수행 중이던 7월 2~5일 과테말라에서 전화를 걸어 장윤 스님을 회유했다는 부분에 대해 “전화를 건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렇다면 장윤 스님이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이에 장윤 스님 측근은 24일 “있지도 않은 일을 어떻게 꾸며내느냐”면서 “과테말라에서 변 실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가만 있으면 잘 수습하겠다’고 회유한 게 맞다”고 재차 확인했다. 이 측근은 “스님의 수신자 통화 내역을 조사하면 확인할 수 있다”고 펄쩍 뛰었다.
변 실장은 또 장윤 스님과 7월에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신정아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고, 장윤 스님도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천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불자회 회장인 변 실장이 불교계와 동국대에 대한 애정을 갖고 화합하기를 권유하고 설득해 왔다”고 했다. 하지만 장윤 스님이 해임된 시점은 5월 29일이고, 동국대 내 갈등은 2년여 전부터 있던 해묵은 일이었다. 7월 7일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과테말라에서 귀국하자마자 만사 제치고 만날 사안은 아니었다. 특히 변 실장이 장윤 스님을 만난 7월 8일 무렵엔 동국대 갈등 사안 중 최대 현안이 신씨 가짜 학위 문제였는데, 신씨 얘기가 없었다는 점도 믿기 어렵다.
변 실장은 당시 장윤 스님에게 “어떤 문제든 갈등을 지나치게 확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스님 입장에선 권력의 회유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국가의 모든 중요 정책을 다루는 청와대 정책실장이 개별 대학의 갈등에 이처럼 발벗고 개입하는 것은 정상적인 업무와도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변 실장 뒤 다른 권력 인사는 없나?
신씨 가짜 학위 문제가 언론에 본격적으로 보도(7월8일 이후)됐을 때 장윤 스님이 언론 등에 변 실장의 개입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과연 이 정권에서 다 밝혀지겠느냐”는 회의적인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변 실장이 누군가의 메신저 역할로 신씨 문제를 진화하려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변 실장과 장윤 스님의 만남에 대해 “종교계 현안과 민원 정책제안을 들을 수 있다”며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불교계 문제는 시민사회수석실 담당이고, 막중한 업무를 하는 정책실장이 대통령 귀국 다음날 그렇게 다급히 만날 사안이었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장윤 스님과의 7월 8일 약속도 과테말라 출국(6월30일) 전부터 예정된 게 아니라 다급히 잡혔다고 한다.
◆뒷북 고소·고발에도 보이지 않는 힘?
동국대와 광주비엔날레측이 신씨를 검찰에 고소·고발한 시점도 석연치 않다. 동국대는 7월 11일 신씨의 예일대 박사학위가 가짜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학교측이 신씨를 사문서위조와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서부지검에 고소한 시점은 무려 12일 뒤인 7월 23일이었다. 이 사이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던 신씨는 한국으로 돌아와(12일) 성곡미술관 관계자를 접촉(14일)한 뒤, 짐을 꾸려 미국 뉴욕으로 몰래 출국(16일)했다.
광주비엔날레측도 가짜 학위를 7월 12일 확인해 놓고도 검찰 고발은 신씨가 출국한 지 이틀이 지난 7월 18일에서야 했다. 한갑수 전 광주비엔날레 재단이사장은 “이사회를 열어 감독 승인 취소 절차를 거치느라 늦어진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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