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사의표명 ICU 통합문제 어떻게?
12월 대선 결과가 변수, ICU 이사 “충분한 논의 못했다”
허운나 ICU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ICU-KAIST간 통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간 ‘KAIST와의 통합’을 앞장서 반대하던 허 총장이 물러날 뜻을 밝혔기 때문에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정보통신부 장관이 ICU의 당연식 이사장을 고사하면서 민간인인 황명주 변호사가 임시 이사장으로 선임된 것과 관련, 정통부가 ICU 문제에서 손을 떼려 한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통합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지부진 하던 통합논의가 통합 쪽으로 급진전되고 있는 것은 최근 ICU학생들의 입장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측의 민영화 방안에 대한 실현성이 부족하고, 정부 지원이 끊기는 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당초 의견과 달리 통합쪽으로 급선회했다는 입장이다.
ICU 재학생인 A씨는 “지난해 12월보다는 (통합에 대한) 찬성 쪽 의견이 많아졌다”며 “아무래도 학교 쪽의 민영화 방안에 신뢰가 가지 않고, KAIST와 통합되면 재정적 부분에서는 안정을 찾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현실적으로도 학생들은 민영화로 갈 경우, 일정 학점 이상이면 면제받던 등록금을 내야하는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KAIST와의 통합으로 얻어지는 이점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ICU 관계자는 “(학생들이) 내심 KAIST와 통합되면서 얻어지는 병역특례나 브랜드 가치를 고려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정통부 앞에서 시위를 벌인 ICU 재학생은 100여명. 휴학생과 교환학생을 제외한 300명 중 1/3이 시위에 참가했다. 이중 재학생 280명은 KAIST와의 통합을 주장하며 자퇴서에 서명, 학교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노준형 장관에 이어 새로 취임한 유영환 정통부장관의 최근 발언도 통합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유 장관은 지난 8일 인사청문회에서 “최선은 아니더라도 KAIST와 통합이 ICU를 위해 가능한 대안이라고 본다.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통부가 지원하던 ICU 운영지원금도 지난해 95억원에서 올해 75억원으로 삭감되 데 이어 내년 예산에는 단 한 푼도 계상하지 않은 상태. ICU 관계자는 “정통부장관이 통합의지를 밝힘에 따라 ICU의 민영화 지원에 나설 기업은 이제 없어졌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지난 2004년 감사원이 ‘사립대학인 ICU에 대한 정부 지원’을 지적한 이후, 정통부는 국정감사 때마다 야당의원들의 질타에 시달렸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업계에선 ICU의 통합 문제는 오는 12월 대선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해 왔다. 현재는 정통부가 통합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정권 교체 여부가 커다란 변수라는 의미다. 한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는 “정권 말기에 정통부가 학교의 통합여부를 결정지어서 좋을 게 없다”며 “차기 정권에 미룰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통합여부를 결정할 한국정보통신학원 이사들도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한 ICU 이사는 “대학 하나를 통합하는 문제인데, 이사회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결정하긴 어렵다는 게 다수 이사들의 생각”이라며 “조만간 이사들끼리 비공식적으로 모여 이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월29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통합에 대해 찬반 입장을 가진 ICU 교수가 한명씩 참석, 의견을 발표한 것이 전부다. 지난 8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학생들의 상경 시위로 임시 이사장 선임, 교원 임용, 예산 관련 안건만 의결하고 폐회했다.
학교법인 한국정보통신학원은 ▲허 총장의 사표 수리 여부 ▲정식 이사장 선임 등 학교통합에 영향을 미칠 안건들을 차기 이사회서 논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대략적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사회가 통합 문제를 의결하려면 시간상으로도 대선 이후에야 가능하단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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