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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과학부’ 명칭에 교육계 거세게 반발
인수위 항의방문 등 연대투쟁 불사
1948년 정부 수립후 60년만에 교육관련 부처 이름에서 ‘교육’이 빠지자 교육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16일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의 일부 기능을 ‘인재과학부’로 통합키로 한 것에 대해 교육원로를 비롯해 보혁단체를 막론한 교육단체들이 일제히 명칭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 부처에 ‘교육’이라는 명칭을 반드시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인재과학부’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연대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수위는 교육부를 과학기술부의 기초과학정책 및 과학기술인력 양성, 산업자원부의 산업인력 양성 기능을 통합해 ‘인재과학부’(Ministry of Human Resources and Science)로 바꾸었다. 원자력 안전·연구와 정책 기능도 인재과학부가 맡게 된다. ‘문교부’로 출발한 현재의 교육부는 1990년 ‘교육부’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지난 2001년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뀌면서 부총리 부처로 격상됐다가, 차기 정부에서 장관 부처로 ‘강등’됐다.

한국교육학회와 산하 19개 교육전문학회의 회장단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조직 명칭에서 ‘교육’을 뺀 것은 국가의 주요 기능인 ‘교육’을 포기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회장단은 “미국, 독일, 핀란드, 싱가포르 등은 교육관련 정부 조직의 명칭에 ‘교육’을 분명히 밝히고 있으며, 영국도 ‘학교’, ‘대학’ 등 교육행정의 대상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직원료 교원들의 단체인 한국교육삼락회총연합회도 이날 “‘교육’을 퇴출시킨 인재과학부는 재고해야 한다”며 “기어코 개정한다면 ‘교육과학부’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8일 대통령직 인수위를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교육’ 부처명 되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으며,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도 명칭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교총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지금까지 정부 부처명에서 ‘교육’을 한 번도 제외한 적이 없었다는 것은 헌법상의 교육의 중요성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재과학부를 전면 재검토하지 않으면, 새 정부의 교육정책 추진에 전혀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박 당선인과 노선이 비슷한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뉴라이트교사연합·자유교원조합·뉴라이트학부모연합 등 4개 단체도 항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인재과학부 이름으로 과학기술계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잘못된 처방”이라며 “교육계를 부정하면서 교육개혁을 실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교육이 아무리 잘못됐다고 하더라도 (부처 명칭에서) ‘교육’ 자체를 없앤 것은 너무 당혹스럽다”며 “‘인재과학부’라고 하면 정부가 인재만 기르겠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교육은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책무로, 교육에서 인재는 한 부분에 불과하다”며 “부처 명칭에 ‘인재’를 갖다 붙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주경복 미래교육정책연구소장(건국대 교수)은 “‘인재’라는 단어를 쓸 때는 산업과 경제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경제 논리에 교육 자체가 약화되고 왜곡될 수 있다”며 “학생들을 노동력 차원에서 관리하면 교육자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명칭은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는 방향을 담고 있는 만큼, 교육과 학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구를 개편하고 그에 걸맞은 명칭을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는 차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입 자율화, 교육부 기능 축소 등에 대해 “준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면 엄청난 혼란을 동반할 수 있다”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안 전 부총리는 최근 교육부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전환기의 사색’이라는 안 전 부총리는 최근 교육부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전환기의 사색’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율과 분권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는 교육부 기능 축소, 대학교육과 초·중등교육 이양 등도 아무런 준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면 자칫 엄청난 혼란과 파국을 동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율과 분권이 성공하려면 제도적 하부구조가 마련되고 권한을 이양받는 자의 능력과 책임의식이 수반돼야 한다”며 “시도 교육청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교육이라는 전 국민적, 역사적 과제를 책임있게 수행할 능력과 책임의식을 갖추고 있는 존재인가 깊이 따져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안 전 부총리가 최근 한 시민단체 모임에 기고할 글을 교육부 차관보에게 보내왔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메일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조양희·권형진 기자 yanghee·jinny@unn.net

조양희 기자 (yanghee@unn.net) | 입력 : 08-01-21 오전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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