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부 큰 시장’을 추구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학에도 경쟁과 시장논리가 도입되고 있다. 대표적 정책이 국립대학의 법인화다.
작년 6월 국회에 제출되었던 국립대 법인화법은 17대 국회가 마무리되면서 자동 폐기되고, 18대 임시국회에서 첫 과제로 추진될 전망이다.
그동안 국립대 법인화 문제에 대해서는 찬반 입장이 명확하게 갈리고 있다.
대다수 국립대학 교수들과 진보적 성향의 단체에서는 국가가 교육에 대한 공적 책임을 방기한다는 차원에서 법인화를 반대했다.
반면에 정부와 보수성향의 한나라당과 언론에서는 법인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실용정부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함께 보수성향 정치인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 의석분포를 염두에 둘 때, 다소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법인화는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국립대학을 법인화하는 과정에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첫째, 국립대학 법인화의 기본정신에 충실해야 한다.
국립대학을 법인화하겠다는 것은 정부가 국립대학 운영에서 손을 떼고 대학에 자율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립대학법인의 운영이 민주적이고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보장해야 한다.
자율화를 명분으로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하면서 이사회 구성과 운영, 총장 선출 등에서 정부 개입의 소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
둘째, 대학 재정의 안정적 확보다. 대학이 법인화되면 단계적으로 정부 지원이 줄어들게 된다.
그동안 국고지원금과 기성회 수입금으로 재원을 마련했던 국립대학은 이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출연금, 등록금, 자체 수입금 등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서울에 몰려 있는 현재 상황에서 과연 지방 대학이 어느 정도 자체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이런 경우에 대학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등록금 인상이 될 것이고, 이는 사회적 약자의 처지에 있는 국민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 온다.
지금 상황으로는 아무리 국립대학이 법인화를 반대한다 해도 강제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립대학 스스로도 법인화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할 수밖에 없다.
우선 대내적 혁신이 필요하다. 국립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 안주하였던 관료적이고 비효율적인 제도를 정비하고, 성과지향적 혁신조직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대학 교육과정과 교육방법을 학생과 사회가 원하는 수요자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 국립대학법인 스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대내적 혁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대외적으로 국립대학의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국립대학의 통폐합을 통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 법인화가 되면 시장에서 대학끼리 무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경쟁하게 되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경쟁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모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립대 법인화는 단순히 정부조직을 민영화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추진의 목적과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며, 도입에 필요한 전제조건도 충족되어야 한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대학의 내적 혁신과 외적 구조조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