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입시, 지역 사립대 ‘고전’
국립대 보다 비싼 등록금·대학 서열화 작용
“장학금·홍보 강화”, 복수지원 허용에 불만도
2009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에서 지역 사립대들이 고전하고 있다. 대학서열화에 따른 ‘수도권 쏠림’과 등록금이 저렴한 인근 국립대에 밀려 등록률이 저조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때문에 장학금 확충과 입시 홍보에 적극 나서겠다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가·나군으로 복수 지원할 수 있는 현 로스쿨 입시 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5일 전국 25개 로스쿨이 1차 추가합격자 등록을 마감한 결과, 총 정원 2000명 중 1904명이 등록을 마쳤다. 건국대·고려대·서울대·서울시립대·아주대 등 5개 로스쿨은 정원을 모두 채웠지만, 나머지 대학들은 추가모집에서도 등록을 완료하지 못했다.
특히 동아대·영남대·원광대 등 지역 사립대들의 고전이 눈에 띈다. 동아대는 최초 등록에서 58%의 저조한 등록률을 기록했다. 이어 원광대 68%, 영남대 69% 등으로 나타나 지역 사립대의 등록률이 모두 70%에 미치지 못했다.
일각에선 지역 로스쿨 합격자 가운데 서울·수도권 대학 출신이 70~80%에 달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라고 지적한다. 수도권 로스쿨에 복수 합격한 학생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빚어진 사태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작 지역 사립대들은 수도권 유출 보단 지역간 이동이 더 많았다고 분석한다. 김민규 동아대 법과대학장은 “서울로 빠져나간 것 보다는 지역 간 이동현상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저렴한 부산대로 합격생들이 많이 유출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부산대의 연간 등록금은 945만원으로 동아대의 1800만원의 두 배에 달한다. 부산대의 경우 최초등록률 82%, 1차 추가등록률 97.5%를 기록했다.
동아대는 로스쿨 신청 당시 전액장학금 지급비율을 34.2%로 설정했다. 이후 재정확충을 통해 지급비율을 50%까지 확대했으나, 이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김민규 학장은 “로스쿨 신청 당시의 전액장학금 지급률만 언론에 많이 다뤄졌기 때문에 이후 확충된 장학금 비율이 학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지속적으로 장학금을 확충하는 한편 입학생 80명 전원이 장학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꾸준히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아대는 가정 형편과 성적을 감안, 8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 등급을 정해 30%~100%에 해당하는 장학금을 차등 지원할 계획이다.
영남대 로스쿨도 최초 등록률 69%, 1차 추가등록률 87.1%를 기록했다. 배병일 법대학장은 “수도권 쏠림현상과 등록금 문제가 낮은 등록률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영남대 로스쿨 등록금은 연간 1840만원으로 인근 경북대 1024만원보다 800만원 가량 높다. 경북대도 최초등록률(75%)과 1차 추가등록률(95.8%)에서 모두 영남대를 앞섰다.
영남대도 낮은 등록률의 원인을 국립대와의 등록금 격차에서 찾는다. 그러면서 “로스쿨 정원의 71.4%가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남대 로스쿨의 장학금 수여 대상은 정원 70명 중 50명이다. 16명에게 전액 장학금을, 10명에게 70%를 지급한다. 24명은 반액 장학금이 주어진다.
배병일 법대학장은 “경상북도에서 20억원을 지원받은 것을 비롯해 40억원의 발전기금을 약정해 놓은 상태”라며 “약정 받은 발전기금이 들어오면 장학금을 지금보다 더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광대도 최초 등록률 68%, 추가등록률 91.7%를 기록했다. 원광대는 “최초 등록자가 많이 남았고, 법학적성시험 성적 중상위권만 지원하도록 자격 요건을 뒀다”며 ‘합격생 질’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연간 등록금이 인근 전북대의 930만원 보다 570만원 정도가 많은 상황에서 다음해의 로스쿨 입시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광대 로스쿨의 전액장학금 지급비율은 34%에 불과하다. 반면 전북대는 전액장학금 지급비율을 50%까지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북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확정적이기 때문에 로스쿨 신청서 제출 당시의 장학금 지급률이 20%였던 데 비하면 두 배가 넘게 확충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북대의 최초 등록률은 88%, 1차 추가등록률은 96.3%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사립대에선 현 로스쿨 선발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남대 배병일 학장은 “학부 입시제도를 따라해 복수지원을 허용한 게 문제”라며 “지역 사립대는 수도권 쏠림 현상 등으로 이중합격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학사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아대 김민규 학장은 “등록률이 적은 이유는 추가합격자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복수지원을 허용하고 있는 현 로스쿨 입시제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윤용석 부산대 법과대학장은 “대학이 서열화 돼 있기 때문에 로스쿨 입시에도 이런 현상이 이어진 것일 뿐, 등록금의 높고 낮음의 차이는 아니다”라며 “복수지원을 금지하는 것도 학생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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