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과학기술부의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8.2%가 증가한 41조 5810억원이나 된다. 그러나 각 시·도교육청에 배당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33조 5543억원이나 되어 대학교육 지원예산은 약 4조원으로 볼 수 있다. 이 중에는 국립대학 43개교의 운영지원금이 2조원 정도이고 나머지가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 및 교육복지 지원, 과학기술 연구지원 및 미래 대비 투자확대와 과학기술 연구역량강화사업비 등이다.
이를 다시 세분화하면 지방대학 경쟁력 기반 확충에 3352억원, 인문사회학술연구 조성에 1434억원,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에 1250억원, 대학교육 역량 강화에 700억원, 학자금대출 신용보증 확대에 3234억원, 우수기초 개인연구 지원확대에 5000억원, 녹색성장을 위한 미래 대비 투자확대에 1416억원 등이다.
지난 수년간 정부의 대학 지원 예산은 증가됐으나 대학에서는 항상 부족하게 느끼며 특히 정부지원이 몇 개 대학에 집중돼 있다고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주립대들에도 주정부의 지원액은 대체로 대학예산의 30% 정도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는 학생들의 등록금, 연구비, 기부금과 투자수입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교육부에서는 대학에 직접 지원하지 않고 국립과학재단(NSF)·국립보건원(NIH)·국방부 등에서 대학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영국의 케임브리지대 예산은 정부지원 30.9%·연구비 35.9%·등록금 10.6%·투자수입 5.5%·기타 17%로 되어 있다. 연구비 35.9%는 영국 정부기관, 기업 및 외국기관과 계약에 의하여 지원되는 금액이다. 정부지원 30.9%는 원화로 환산하면 3247억원 정도다.
케임브리지대가 부러운 이유는 정부지원 액수가 많은 것보다도 그 대학의 지배구조와 운영방식이다. 케임브리지대는 재단이사회도 없고 정부에서 파견한 사무국장도 없으며, 교수와 직원들로 구성된 대학평의회(Senate)가 최고의 의결기관이다.
1920년대까지 독일 대학들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대학으로 인정받았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도 독일에서 1~2년간 유학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1920년대까지 독일에는 일반대학 23개, 공과대학(Technische Hochschulen) 10개, 농과대학, 임업대학, 수의과대학, 광산대학 등 8개가 있었는데 연간 4700여 명의 박사학위자를 배출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독일에는 독립된 교육부가 없었고, 문화부에 대학교육국장이 있었다. 프리드리히 알토프(Friedrich Althoff)가 그 자리에 27년간 있으면서 대학 교수 정원과 예산을 배분하는 책임을 지고 있었다. 교수직에 임명되기는 극히 어려웠으나 임명된 후에는 일체의 행정적 잡무에 시달리지 않고 교육과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대학행정은 사무총장(Kanzler)의 책임하에 수행됐고 총장(Rektor)은 학문적 상징이며 임기는 1년이었다.
지금은 16개 주의 교육부에서 각 대학을 감독하며 예산을 지원하지만 아직도 대학행정은 사무총장의 책임하에 이뤄지고 있다. 독일 대학에는 교무처장·학생처장·연구처장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교수들은 행정에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다.
결국 정부의 대학지원이 이상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변화가 많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조직이 단순화되고 인원도 대폭 줄어야 한다.
한편 대학에서도 정부의 미세한 간섭 없이도 자체적으로 투명하게 예산을 집행할 준비가 되어야 한다. 정부지원금을 다른 용도로 전환해서 총장이 구속된 경우도 있었다.
우리 대학들이 선진국 대학 수준의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국민총생산(GDP)이 증가해야 되겠지만 대학 자체가 획기적 개혁을 통해서 국민 세금인 정부지원금을 교육과 연구 목적에만 사용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