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총장 백성기)이 2013년 세계 50위권 대학 진입을 목표로 하는 청사진을 22일 밝혔다. 2012년까지 총 1500억원을 투입하는 ‘국제화 3개년 계획’을 통해 해외 석학 유치, 영어공용화 캠퍼스(Bilingual Campus) 추진 등을 천명했다. 포스텍의 장기적 목표인 2020년 세계 20위권 대학 진입을 위한 기초단계인 셈이다.
2010년의 한국 대학들에겐 더 이상 노벨상을 수상한 해외 석학들이 낯설지 않다. 3~4년 전부터 연세대·이화여대 등이 노벨상 수상자들을 초청한 대규모 강연행사를 열었고, 서울대·KAIST를 비롯한 각 대학들이 앞다퉈 유명 해외 석학들을 초빙하기 시작했다.
특히 <더타임스> 세계대학평가에 대학의 글로벌 지수와 세계적 연구 실적이 중요항목으로 평가되면서 이런 흐름은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물꼬를 크게 터준 것은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세계 수준 연구중심대학(WCU·World Class University)’ 프로젝트. 5년간 8310억원을 투입, 노벨상 물망에 오르내리는 급의 해외 석학 338명을 유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포스텍이 내놓은 세계 최고 수준 해외 석학 유치, 영어공용화 캠퍼스 추진을 골자로 한 국제화 계획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포스텍은 해외 석학 등 우수 인적 자원 확보에만 3년 동안 무려 858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5년간 8310억원을 투자하는 국가 차원의 WCU 프로젝트에 견줘봐도 개별 대학으로선 많은 금액이다.
대학간 비교를 해보면 포스텍의 투자가 획기적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지난 2007년부터 연세대가 추진 중인 5년 이내 5개 연구 분야의 세계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 ‘글로벌 5-5-10’ 프로젝트에 투입된 금액이 200억원 수준이다.
그렇다면 858억원이란 대규모 금액은 어떻게 쓰일까. 포스텍은 해외 석학의 장기간 정착에 올인할 예정이다. WCU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예산이 연구·개발비로만 한정돼 있어 주거 보장이 되지 않아 기껏 불러온 외국인 교수들이 단기간 내 돌아가는 상황에 주목한 것이다. 실제로 12일 교과부가 발표한 지난해 WCU 사업평가에 따르면 초빙된 해외 석학의 평균 체류 기간은 채 4개월이 안됐다. 이에 포스텍은 제대로 된 거주 환경을 제공해 3년 이상 체류해야 하는 전임 교수 초빙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포스텍은 세계 톱 저널 석학(Top Journals Fellow)을 비롯해 과학기술 분야 선진국인 영미권의 학술회원 등 노벨상·필즈상 급의 스타 학자 24명을 파격적 조건에 전임·비전임 교수로 임용할 계획이다. 이재성 포스텍 교학부총장은 “해외 석학 유치에는 정착비용이 가장 중요하다. 해외 석학은 혼자 오지 않는다. 연구원들과 실험실 조성 등 제반 비용을 감안하면 1인당 수십억원까지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타 대학들의 경우 노벨상 수상자를 대거초청한 후 형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추천받거나 교수들의 유학시절 개인적 인맥을 통해 해외 교수를 충원하는 케이스가 많았다. 그러나 이 같은 사례가 적었던 포스텍은 좋은 조건에 단기 초청 형태로도 해외 교수 60명을 초빙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대학 인지도 제고로 대학평가 상승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굳이 ‘3년 내 세계 50위권 대학 진입’이란 목표를 설정한 것도 추상적 구호가 아닌 구체적 수치를 제시, 단기간에 인지도를 끌어올린다는 생각에서다.
강의·연구 뿐 아니라 각종 회의까지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공용화 전면시행도 확실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학 내 모든 공문서와 행정서비스에 영어와 국어를 혼용할 방침으로,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의 생활 전반에 불편함을 없앨 수 있다. 영어 사용 활성화를 선언한 대학들이 있었지만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던 반면, 포스텍은 소규모에다 수준 높은 이공계 특성화대학이란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
‘전시효과’를 넘어 제반비용까지 부담하고, 영어공용화를 추진하는 등 해외 교수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는 효과를 볼 전망이다.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의 선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외국인 교수와 학생들로 주로 구성된 언더우드국제대학은 100% 영어 사용에다 주거비를 포함한 항공료·이사비 등 부대비용을 지원해 우수한 해외 교수들을 많이 확보했다.
포스텍 대외협력팀 최혜영 씨는 “연구 성과나 실적은 거의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대학평가에선 ‘인지도’도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접촉 중인 해외 석학의 초빙 방법이나 리스트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 다른 대학들이 해온 것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