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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3不은 자율성의 반대말 아니다"
[인터뷰]박거용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소장

“지금 3불정책과 자율성, 다양성 같은 개념이 대립되는 것처럼 얘기되는데 이건 아니야. 3불 폐지가 안 되면 자율이 아니고, 교육의 다양성이 없는 건가? 3불은 교육 공공성의 최소한의 요구인데… 이렇게 얘기하면 이해하기 쉽겠지. 우리나라가 자본주의 경제지만 물가나 금리가 오르고 내리고 할 때마다 정부가 개입하잖아. 정부가 공적 부분에 개입하는 것을 두고 자본주의를 반대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3불도 그런 관점에서 봐야지.”

박거용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소장(상명대 교수)은 3불을 ‘마지노선’에 비유했다. ‘3불’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능동적 정책의 개념이 아닌 수동적 보완책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 3불 폐지론자들이 제기하는 3불과 자율화의 대당 도식 자체가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꼬집는다. 3불이 대학 자율성의 반대 개념이라기보다는 제동장치 역할에 한정되는 탓이다. 그는 3불 폐지론자들이 3불과 자율화를 ‘부당대립’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운찬 총리의 발언은 개인적 소신을 말한 게 아닌가 싶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은 3불은 시행해오던 거니까 지켜야 한다, 이러니 앞뒤도 안 맞고. 내 보기에 정 총리가 무슨 의도를 갖고 말했다거나 정부 차원에서 합의돼 나온 얘기도 아닌 것 같아. 연세대·고려대 총장들이 정 총리 얘기에 반응하는 건 당연한 수순일 테고. 어쨌든 공식적 입장이 나온 게 아니라 3불 관련 논의가 확대될 것 같진 않아. 오히려 문제는 경찰이 입학사정관제 관련 조사 들어간 거 아닐까?”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이달 초 경찰의 입학사정관제 관련 조사에 대해 논평을 냈다. 입학사정관제가 3불 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박 소장은 3불 유지가 필요한 이유로 대학 서열화를 꼽았다. 대학 서열이 굳건한 상황에서는 입학사정관제를 포함한 정성평가 방식 역시 뿌리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외에 자율형사립고, 마이스터고의 설립 등도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박 소장은 이를 이명박 정부의 3불에 대한 ‘각개격파’로 표현했다.

“이번 3불 폐지 논의와 상관없이 몇몇 대학은 이미 내부적으로 고교등급제를 시행하고 있어. 입학사정관제도 사실 미국만 시행하고, 일본이 받아들인 정도인데 우리가 확대해서 받아들인 측면이 있지. 정부는 3불을 정면반대했다가는 여러 문제가 생기니까 각개격파하는 식으로 하나씩 해체하려는 것 같아. 그런데 이건 자기모순이야. 정성평가가 제대로 시행돼도, 사람들 인식이 서울대에 합격하고 그보다 하위대학에 불합격하는 걸 이해 못하거든. 사회적 인식의 문제도 결국 대학 서열화로 귀결되는 건데, 3불이 폐지되면 대학 서열화는 더 확고해지는 거니까.”

그러면 대학의 자율성은 어떤 방식으로 확보돼야 할까. 박 소장은 3불 폐지 주장에 앞서 ‘잘 뽑는 경쟁’에서 ‘잘 가르치는 경쟁’으로 대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을 주문했다. 그래야 정성평가 요소를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정량평가를 기본틀로 해 다양한 정성평가를 보완하는 방식이 정립되면, 대학의 자율적 학생 선발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조금은 ‘희망사항’으로 보이는 몇몇 사례를 들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이런 수준 이상의 수험생만 오면 좋은 학생으로 길러낼 수 있다, 대학이 요런 얘기들을 해줬으면 해. 수능 상위 50% 이상이면 동일한 등급을 준다든지 했으면 좋겠어. 점수로 줄 안 세워도 되는 문제거든. 수험생의 노력 여하를 평가하는 방법도 있겠지. 80점에서 90점 된 학생보다 50점에서 70점으로 오른 학생을 더 높이 평가할 수도 있겠네. 사람들이 과연 그런 걸 받아들이겠냐고? 겁부터 먹을 필요 있을까. 3불과 대립 않고 자율을 얻는 방식을 고민하는 건 이제 시작인데.”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0-03-12 오전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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