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출마’ 총장 사퇴대학 ‘혼란’
순천대는 사표 수리 늦어지고 탐라대는 재단이사회까지 부재
대학 운영에 난항 … “책임감 없는 리더” 학내외 비판 쏟아져
6.2 시도 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전·현직 총장들이 속속 늘고 있다. 총장들은 대학 운영 경험을 가지고 있고, 평생을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 현장에 몸담고 있는 경우도 많아 지역 교육 발전을 이끌 1순위 교육감 후보로 손꼽힌다. 그러나 최근 순천대·탐라대 등은 현 총장이 교육감 출마를 위해 갑작스레 사퇴, 학교 운영에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해당 총장들을 향한 학내외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순천대 “사퇴 장 총장, 사표 수리 안 돼 아직 총장”
순천대는 장만채 총장의 사표 수리가 늦어져 진땀을 빼고 있다. 장 총장은 지난달 10일 7개 월 여의 임기를 남겨 놓고 사직서를 제출한 뒤, 전남도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 장 총장의 사퇴에 따라 현재 순천대 행정에 대한 최종 결재권은 정순관 교무처장에게 위임된 상태다. 문제는 사직서 수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순천대 총장이 해야 할 대외 업무는 장 총장이 그대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사퇴 이후에도 장 총장은 경영행정대학원 입학식, 타 기관과의 협약 체결식, 프로야구 시구 등에 참가하며 총장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
순천대 관계자는 “장 총장의 사표 수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법적으로는 아직 장 총장이 우리 대학 총장이기 때문에 다른 보직교수들이 직무대리로 대외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곤란한 상황”이라며 “사퇴 선언은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퇴가 안 된 상태여서 다른 방도가 없다. 혼란스러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장 총장의 사표 수리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국공립대 총장의 사퇴를 위한 ‘교육공무원법’의 절차를 따르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교육공무원법에 의하면 국공립대 총장의 사퇴 처리는 ‘사직서 제출 → 재직 기간 중 비리 여부 조사 → (비리 혐의 없을 시) 교과부 장관 제청 → 대통령 재가’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사직서 제출부터 대통령 재가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최소 20여 일이며, 이달 6일 현재 장 총장의 사직서는 장관 결재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교과부 인사과 관계자는 “장 총장은 재직 시 개인 비리 혐의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현재 임용 제청을 위한 장관 결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이후 행안부에 제청 공문을 보내 대통령이 최종 결재하면 사퇴처리 된다. 장관 결재 이후 행안부에 공문을 보내고 대통령 결재가 나는데도 최소 1주일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빠르게 진행해도 장 총장의 사퇴 처리는 이달 중순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말이다.
이처럼 사임이 늦어지는 이유가 법적인 부분에 있다고 해도, 학내외에선 장 총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법을 떠나 장 총장의 ‘태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순천대 한 교수는 “법적인 부분은 둘 째 치고, 이미 온 세상이 장 총장이 사퇴한 것을 알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 총장이 버젓이 ‘순천대 총장’으로 공식 행사에 얼굴을 내밀고 있으니 기가 차다”며 “장 총장의 사퇴 선언으로 학내 구성원들이 받은 상처가 크다. 학교의 안정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총장 업무에는 알아서 관여하지 않는 게 옳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순천대 교수 역시 “장 총장 입장에서는 ‘마지막까지 총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임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총장직을 내려놓고 교육감에 출마한 사람이 책임감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대결권자가 있다고 해도 총장 없는 대학은 운영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잘 극복해 가야 할 텐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외부 비판도 거세다. 서울 모 대학 기획처장은 “장 총장이 공식적으로 사퇴를 선언하고도 총장으로서의 대외 업무를 지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선거 홍보를 위해 총장직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내부 업무를 위임한 만큼, 대외 업무에도 깨끗하게 손을 떼는 게 옳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탐라대 “재단 이사회도 부존재 상태인데…”
순천대와 함께 탐라대 역시 교육감 출마를 위해 현직 총장이 사퇴, 대학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양창식 탐라대 총장은 지난 2월 24일 제주도교육감 선거 예비후보등록을 마치고, 같은 달 말 1년의 임기가 남아 있는 총장직을 내려놨다. 양 총장의 사퇴로 탐라대는 총장 공석 상태를 맞았고 총장 업무는 기획처장이 대신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 탐라대는 재단 이사회마저 부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관선이사제로 운영되고 있는 탐라대 재단은 지난 1월 총 6명 중 이사장을 포함한 5명의 이사가 공동 사임하면서 업무가 올 스톱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총장까지 사퇴하자 탐라대는 현상 유지 이상의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탐라대 관계자는 “이사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총장마저 없으니 대학 운영이 어려운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하는 시설·교육투자 등은 모두 집행을 못하고 있고, 대학 내부 결재는 규정에 의거해 기획처장이 대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려운 대학 상황을 잘 알고도 사퇴했기 때문에 양 총장에 대한 구성원들의 원망도 클 수밖에 없다. 탐라대 한 교수는 “과장이든 부장이든 직책을 맡으면 그에 대한 책임이 뒤따르는 법이다. 총장의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학의 급박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어야 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대학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양 총장이 사퇴한 것은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총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이후에 다른 일을 모색해도 되는 게 아니냐”고 털어놨다.
또 다른 탐라대 교수도 “양 총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학내 상황이 매우 어려운 만큼, 개인의 정치적 욕심보다 대학을 먼저 생각했어야 옳았을 것”이라며 “옛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총장으로서의 책무에도 충실하지 않은 사람이 교육감이 된다한들 달라질 게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양 총장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정부의 조속한 재단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탐라대 관계자는 “이사회가 구성돼야 총장 공석 사태에 대한 대책도 마련할 수 있다. 이사회 구성이 먼저”라며 “대학의 안정과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임시이사가 아닌, 정이사가 선임돼야 한다. 교과부의 조속한 정이사 선임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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