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들의 연구 경쟁력이 재조명받고 있다. 그간 국립대는 사립대에 비해 변화가 더디다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 각종 대학평가의 중요지표로 쓰인 연구력 부문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상위권 사립대들은 우수한 연구 실적을 올린 교수들에게 파격적 혜택을 제공하는 등 연구 경쟁력에서 앞서나갔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립대들도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인센티브 제도 도입과 함께 교수 승진·정년 심사 요건을 강화해 연구력 제고에 나섰다. ‘당근과 채찍’을 함께 활용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국립대들은 최근 QS와 조선일보가 주관한 2010 아시아대학평가에서 높은 연구 실적을 드러냈다. 서울대를 제외하고도 연구력 평가의 기초적 잣대가 되는 ‘교원당 논문수’ 항목에서 경북대(4위), 부산대(8위), 충남대(9위), 전북대(14위) 등이 순위권에 들었다.
‘논문당 인용수’, ‘동료평가’ 등에서도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평가의 60%를 차지한 연구력 부문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얻은 덕에 이들 국립대는 모두 종합평가에서도 국내 20위권에 진입했다.
이 같은 성과는 우수 논문에 대해 1억 원까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연구력 강화책의 확산에서 비롯됐다. 사립대 못지 않은 지원금을 제공해 국립대 교수들의 연구 의욕을 북돋운 게 컸다. 교수 승진·정년 심사 요건을 강화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노선’을 제시해 국립대 교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은 것이 효과를 본 셈이다.
교원당 논문수 5.6편으로 지난해 국내 6위에서 4위로 올라선 경북대는 ‘네이처’·사이언스’지 등의 저명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될 경우 1억 원을 지원한다. SCI급 논문에 대해서는 한 편당 200만 원을, 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 후보·등재지 논문에 대해서는 한 편당 7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개인별 연구 인센티브와 별도로 단과대학에도 연구 지원비가 배정된다. 경북대 기획과 안재홍 씨는 “산학협력단 쪽에서 일괄관리해 논문을 게재한 교수들에게 인센티브가 지급되고, 단과대학에도 최대 5천만 원까지 지원된다. 각 단과대학에 주어진 인센티브는 자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대도 경북대와 마찬가지로 ‘네이처’·‘사이언스’지 등에 논문이 게재되면 1억 원을 지원한다. 서거석 총장 취임 직후 교수들의 승진 요건을 2배 이상 강화해 국립대로선 일찌감치 대비한 것도 눈길을 끈다. 전북대의 이런 노력은 2007~2008년 SCI급 논문 증가율 전국 1위로 이어졌다.
전북대 송옥남 평가지원팀장은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와 함께 교수들의 승진 심사 요건을 타이트하게 적용시킨 게 실질적 연구력 강화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그는 “평가의 ‘졸업생 평판도’ 같은 항목은 지방 국립대에게는 다소 불리하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꾸준히 순위가 상승하고 있는 것은 연구력 부문에서 만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산대는 교원당 논문수가 지난해 국내 15위(2.7편)에서 올해 8위(4.4편)로 껑충 뛰어올랐다. 우수논문 게재 장려금과 연구 성과급 등을 파격적으로 지원한 결과로 해석된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연구 실적을 올린 교수에게 인센티브를 집중적으로 지급했다.
부산대 기획평가과 박진영 씨는 “이공계열은 SCI급, 인문·사회계열은 학진 후보지 이상 게재 논문에 장려금을 주고 있다. ‘네이처’·‘사이언스’·‘셀’지에 논문이 게재되면 5000만 원, 그중 표지 논문으로 채택될 경우 1억 원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대학 차원에서 연구력 강화책을 지속 추진하고 있고, 교수들도 동참하는 분위기라 성과가 났다”고도 했다.
거듭된 ‘철밥통’ 논란도 긴장의 끈을 조이는 계기가 됐다. 국립대는 최근 법인화와 통·폐합을 포함한 구조개혁, 교원 성과연봉제 도입 등 내·외부에서 ‘경쟁력 강화’ 압박을 받아왔다. 국립대의 경쟁력을 인증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던 셈이다.
‘국·공립대의 교육·연구 생산성 분석과 발전과제’를 연구한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는 “국립대의 연구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뚜껑을 열어보면 SCI급, 학진 등재 논문 비교에서 국립대가 낫다. 기술이전 실적도 오히려 국립대가 높은 수준”이라며 “국립대의 생산성,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견해는 국립대를 ‘개혁 대상’으로 삼으려는 정치적 구호였던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 교수는 “최근 국립대도 많이 달라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연구력이 크게 상승했다기보다는 분위기가 쇄신됐고, 원래 국립대의 연구력도 상당한 수준이었다”면서 “국립대 교수 공채 과정에서의 공정성, 객관성이 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대 기획과 관계자도 “예전부터 국립대가 뒤처진다는 얘기가 많아 나름대로 경쟁력 강화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힘줘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연구력을 강조하지 않았느냐. 정책 방향에 따라 연구력을 키우는 데 집중, 경쟁력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