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요 사립대가 잇따라 정시모집 전형료를 내린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효과는 전체 전형료 수입의 1% 미만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생색내기용’이란 비판이 나온다. 정시모집보다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시모집 전형료가 더 문제란 지적도 제기됐다.
23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고려대·한양대·한국외대 등이 올해 정시모집 전형료를 일괄적으로 5만 원에서 4만 원으로 인하했다. 성균관대, 중앙대 등은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한 일부 특별전형의 전형료를 면제했다.
■ 작년 전형료 수입 1% 미만 깎아줘 =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형료 인하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연세대 입학처 홈페이지(http://admission.yonsei.ac.kr/seoul)에 공개된 지난해 정시모집(2356명 선발) 지원자 수는 9859명. 올해는 모집인원도 701명으로 확 줄었다. 예년과 비슷한 경쟁률을 보인다면 3천~4천 명이 지원해 금액으로는 약 3천만~4천만 원을 덜 거두게 된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지난해 전체 전형료 수입이 40억 원 이상임을 감안하면 채 1%도 안 된다.
지난해 60억 원을 웃도는 전형료 수입을 거둔 고려대도 마찬가지다. 이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http://oku.korea.ac.kr/)에 따르면 지난해 정시모집(2278명 선발) 지원자 수는 8936명이었다. 1186명을 모집하는 올해도 경쟁률이 비슷하다면 4천만~5천만 원 가량을 덜 걷는 셈이다. 60억 원 가까운 전형료 수입을 올린 한양대는 지난해 정시모집(2079명 선발)에 1만 256명이 지원했다. 976명을 모집하는 올해는 5천만 원 가량을 깎아준다는 계산이 나온다. 두 대학 모두 전형료 수입의 1%가 안 되는 금액이다.
성균관대와 중앙대는 일부 사회적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특별전형의 전형료 5만 원을 전액 면제해주기로 했다. 대상 전형에 지원할 수험생 숫자가 유동적이지만, 대체로 300~500여 명 수준이 될 것으로 이들 대학 관계자는 예상했다. 지난해 전형료로 각각 60억 원 이상을 챙긴 성균관대와 중앙대 역시 인하 금액은 전형료 수입의 1% 미만에 그칠 전망이다.
■ 경쟁률과 무관… 이미지 개선 노려 = 이들 대학은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전형료 장사’를 해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을 받은 공통점이 있다. 때문에 이번 전형료 인하는 금액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이미지 개선 효과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학가 입학 관계자들은 전형료 인하가 경쟁률 상승 등의 실익은 없을 것이라 입을 모은다. ‘친서민’ 정책 기조에 발맞춰 전형료를 내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연세대 김현정 입학팀장은 “정시모집은 지원할 수 있는 케이스가 (수시모집에 비해) 제한돼 있다. 전형료를 내린다고 경쟁률이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전형료와 경쟁률의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 관계’에는 우선 동의한다. 그러나 수험생 부담 최소화에 역점을 뒀다는 ‘의도’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서울 지역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정시모집 선발 인원도 얼마 안 되는데 몇 푼 내렸다고 부담을 덜어줬다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미지 개선용 ‘생색내기’ 발표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 ‘동참 미미’ 지방대는 엄두도 못내 =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주요 사립대들의 전형료 인하에 따라 더 많은 대학이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연세대·고려대·한양대와 함께 전형료를 5만 원에서 4만 원으로 내린 한국외대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그나마도 분위기 탓이 크다. 한국외대 권성배 입학팀장은 “다른 대학들이 (전형료 인하를) 발표하는데 안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선뜻 전형료 인하에 나서는 대학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화여대 오정화 입학처장은 “정시모집 전형료 인하 계획이 없다. 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 예·체능계열 비중이 높아 전형료를 내리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동국대 이윤호 입학처장은 “학교가 예산 담당 부서와 논의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고, 경희대 입학처 관계자도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답했다.
지방대는 아예 엄두도 못 낸다. 영남대 김용찬 입학처장은 “서울에 비해 지방은 전형료 자체가 싸고 지원자 숫자도 많지 않아 여력이 없다”며 “서울과 지방 대학의 전형료 수입이 양극화돼 있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원광대 백종일 입학관리처장도 “서울 대학들은 전형료 수익을 홍보비 외에도 인건비, 시설 경비 등으로 쓰지만 지방대는 어림도 없다. 입시 홍보에 투입되는 교비만도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 비중 큰 수시 전형료는 언급 없어 = 지난해 대학들의 총 전형료 수입 1510여억 원 가운데 정시모집 전형료는 483억 원 가량이다. 수시모집 전형료(약 1026억 원)의 ‘파이’가 훨씬 더 크다. 당연한 결과다. 전체 대입 모집정원의 무게추가 수시모집 쪽으로 기운 데다 정시모집과 달리 지원 횟수 제한도 없어서다. 전형료 자체도 정시모집보다 비싼 편이고, 수시모집 선발 인원은 앞으로 더 늘어날 참이다.
정말로 수험생 부담을 고려했다면 수시모집 전형료부터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작 수시모집 전형료에 관한 대학들의 대책은 전무한 형편이다. 실제로 정시모집 전형료 인하를 발표한 대학의 한 관계자는 “2012학년도 입시 내용을 결정하기엔 이른 시기”라며 “수시모집 전형료 인하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영남대 김용찬 입학처장은 “서울 지역 대학의 수시모집 경쟁률은 수십 대 일, 수백 대 일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잦다. ‘허수’가 많지만 전형료 수입은 고스란히 남는다”며 “정작 비중이 높은 수시모집은 놔두고 정시모집 전형료만 내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