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비리 ‘연구비’...제도 정비 시급
대학 연구비 해마다 증가하지만 관리는 허술
“연구 인건비 문제 풀링제로 풀어야” 지적도
대학관련 비리 중 단골로 등장하는 게 연구비 문제다. 최근에도 KAIST 박모 교수가 연구비 유용혐의로 목숨을 끊었고, 포스텍·연세대 등의 연구비 관리부실 문제가 교과부 감사 결과 드러났다.
해마다 대학에 지원되는 연구비는 증가하고 있다. 교과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09년 대학 연구활동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에 지원한 연구비는 4조1175억원이다. 1년 전보다 16.5% 증가했고, 교수 1인당 평균 연구비도 5500만원에서 6200만원으로 늘었다.
특히 문제가 드러난 연구비 지원 상위권 대학들은 교수가 연간 2~3억원 가량을 집행할 수 있다. 반면 관리·감독은 허술하다. 연구과제가 끝나면 대학 내 산학협력단이나 한국연구재단에 이를 정산 보고하지만, 사용 명세를 일일이 들여다보지 않는 한 문제점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내부고발이나 특별감사가 아니면 연구비 횡령이나 유용이 들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구비는 크게 직접비와 위탁연구개발비, 인건비, 간접비로 구성돼 있다. 연구비를 지원받은 대학은 2001년 제정된 과학기술기본법에 의해 이를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각 항목마다 관리 부실 문제가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다.
연구장비 구입비, 연구활동비, 연구수당 등으로 구성된 직접비는 연구개발사업의 핵심을 이룬다. 때문에 각 용도별로 집행절차가 법과 하위 규정에 명시돼 있다. 기자재를 구입할 때도 기존 기자재와의 중복 여부, 연구과제와의 관련성 여부를 연구책임자가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도 연구와 관련 없는 기자재를 구매하거나, 연구비 소진을 위해 필요하지 않은 기자재를 구입해 지적되는 경우가 생긴다.
연구활동비는 연구원의 △여비(출장비·교통비) △전문가 활용 △기기·비품 구입비 등을 포함한다. 이와 관련해서도 연구와 관련 없는 개인적 목적의 출장비 등이 적발되고 있다.
인건비는 연구비 관련 비리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다. 법령에선 인건비를 공동 관리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지만, 연구책임자가 통합 관리하는 관행이 성행하고 있다. 교수들은 연구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선 통합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과제 종료 후 후속 연구과제가 없는 학생 연구원에게도 매달 일정금액의 인건비를 줘야 연구수행이 가능하단 하소연이다.
이에 관해선 ‘인건비 풀링제’가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는 인건비를 대학 본부가 관리하고, 연구 참여율에 따라 연구자에게 직접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또 과제가 끝난 뒤에도 향후 1년까진 인건비 집행이 가능하다.
기존에는 과제를 시작할 때 연구 참여자의 명단을 제출하고, 이에 따라 인건비가 지급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연구원은 인건비를 받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과제 중간에 연구에서 빠지거나 새로 진입하는 인력에 대해 대처하기 어려웠다. 반면 인건비 풀링제를 도입하면 학생 연구원의 이동에 관계없이 인건비를 지급할 수 있다.
윤기봉 중앙대 산학협력단장은 “과제 종료 후에도 1년 동안 인건비를 집행할 수 있도록 인건비 풀링제를 좀 더 확대해야 한다”며 “새로 학기가 시작된 뒤 연구팀에 들어온 학생에게 등록금을 지원하려면, 직전 학기 연구과제 인건비 풀에서 이를 충당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건비 풀링제는 교과부 과제에서만 허용된다. 지식경제부 등 다른 정부부처의 연구개발 사업에선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윤 단장은 “인건비 풀링제를 확산시키기 위해선 교과부 과제만이 아닌 다른 정부부처의 연구개발사업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현실과 동 떨어져 연구비 관리부실을 낳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5월 한 달간 현장 의견수렴에 나선다. 연구비 관리에 관한 대학의 의견을 들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교과부 염기성 연구관리과장은“개선안 마련 후에는 이를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제출, 필요하면 법 개정을 추진할 수 있을 것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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