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22일 반값등록금 추진 의사를 밝힌 가운데 대학생들의 기대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 주창했지만 표를 의식한 정치적 발언이란 냉소적 지적도 나온다.
24일 대학가에 따르면, 캠퍼스에서 직접 만난 대학생들은 “반값등록금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무조건 추진해야 한다”부터 “대책없이 내놓은 전형적인 표(票)퓰리즘”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선 대학생들은 반값등록금에 대해 기대하는 눈치가 많았다. 정부가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재원을 확보해 반값등록금이 이명박 대통령 임기 내에 실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 년에 1000만을 육박하는 대학등록금이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촌에서 대학을 다닌다며 익명을 요청한 김모(22)씨는 반값 등록금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준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에게 등록금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우리 집에만 대학생이 두명인데 일 년치 등록금과 거주비, 생활비까지 포함한다면 빚을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만큼 임기 내에 꼭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한동흔(중국어과 4)씨는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반값등록금이 실현됐으면 좋겠다”며 “큰 기대는 안하고 있지만 그래도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한국대학생연합도 반값등록금 관련 성명에서 “임기 일 년을 앞두고 다시 꺼내든 반값등록금인 만큼 책임있는 이행을 촉구한다”며 “또 다시 이벤트성 발언에 그친다거나 '증세'라고 하는 필요도 없는 논란을 만들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반값등록금이 전형적인 ‘표(票)퓰리즘’이라며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탓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희대 상희태(컨벤션경영학과 3)씨는 “이번에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바뀌면서 이미지 쇄신 차원에서 반값등록금 정책 카드를 꺼낸 것 같다”며 “내년 총선까지 반값등록금 논란을 끌고 갈 것 같다. 한 마디로 미봉책 아닌가”라고 말했다.
중앙대 강준호(경영학과 2)씨도 “등록금이 반토막이 된다는데 환영하지 않을 학생은 없다”며 “하지만 전형적인 표퓰리즘이라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한양대 김정범(경영학과 4)씨는 24일 “반값 등록금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생각된다”며 “더욱이 황우여 원내대표는 법인세 감세 문제에서도 말을 바꾼 전례가 있는 만큼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세대 최준서(독어독문 4)씨도 “여당에서 반값 등록금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어 흥미를 가진 적이 있지만, 현 정부 자체가 학생 장학금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하지 않고 있다”며 “대학들이 등록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정부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 ‘반값 등록금’ 발언에 대해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려대 재학 중인 이수형(사회학과 ·22)씨는 “실현이 된다면 환영할 일이지만 사실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며 “단계적으로 조금씩 등록금을 낮추는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하영·이정혁·박준범·임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