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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들리아시아③] “유학생 졸업 후 어디로 가나... 동향 연구 없어”
“문제는 유학생들이 졸업 한 뒤 동향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다는 겁니다. 정부가 더 많은 유학생을 받아들이려 한다면 이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다문화 가정’과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오호영 부연구위원은 국내 유학생들이 졸업 후 동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연구가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수많은 유학생들을 받아들이기만 할 뿐 그들이 졸업 후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직장에서 어떠한 일을 하는지 조망할 수 없다면, 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정책은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아시아 유학생들이 한국에 오는 이유는 = 국내 유학생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아시아 출신 유학생들은 대부분 국내 취업의 부푼 꿈을 안고 한국에 온다. 이들의 유학 형태를 보면 어학 연수를 포함해 ‘한국어 연수’가 가장 많다. 영어권 출신 유학생과 달리 한국어를 배워야 한국 취업이 가능한 때문이다. 한국 취업이 되지 않더라도 자국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으려면 한국어는 필수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자료(2008년 4월 1일)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은 전공별로 인문사회계열 유학생이 2만 7399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어학연수가 1만9521명이다. 이공계열 7,390명, 자연계열 3,287명, 예체능계열 2,509명, 기타 연수 3,846명 순이었다. 인문사회계열 과정 상당수가 ‘한국어 연수’와 다름없다.

교과부는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의 유치 숫자에만 관심을 갖고 있어 체계적인 유학생 관리가 부재하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서울 소재 모 대학 대외협력본부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은 대학이 유치하는데, 성과는 교과부가 가로 채고있다”면서 “체계적인 유학생 지원을 위해 유학생의 졸업 후 진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부 재외동포교육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 “유학생의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없었던게 사실”이라며 “2009학년도부터 졸업자가 많은 만큼 이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교과부는 유학생 유치를 위해 지난 2004년 11월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2010년까지 유학생 1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이 프로젝트는 그러나 “무역 외 수지 적자 개선을 위해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라”는 대통령 국무회의 지시 사항(2004년 1월)에 따라 불과 10개월 만에 만들어졌다. 유학생의 체계적인 관리보다 경제적인 요인에서 출발한 것이다.

교과부는 특히 지난 8월 발표한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 강화방안을 통해서도 외국인 유학생을 늘리는데 급급할 뿐이었다. 교과부는 당시 “2010년까지 5만명 유치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며 “더 많은 유학생 유치를 위한 유학 홍보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 유학생들 졸업 후 어디로 = 국내 유학생들은 대다수 졸업 후 자국으로 떠난다. 그들의 당초 목표는 한국 기업에 취업해 한국에 정착하는 것이었지만, 취업의 벽은 예상보다 높다. 교과부 통계에 따르면 유학 마친 후 한국 기업 취업자는 2007년 237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2004년 16명에서 크게 늘었지만, 전체 유학생 수와 비교하면 미진하다는 평가다.

중국인 유학생 이숭(24)씨는 “대기업 취업은 너무 힘들다. 중소기업의 경우 비자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간 매출액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취업비자 신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후 국내 체류하기 위해서는 교수나 연구원 등 일부 전문직 등으로 제한적이다.

그나마 국내 취업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취업 분야는 제조업 등 열악한 근무조건을 감수해야 한다. 오호영 부연구위원은 “대부분 국내 취업을 원하지만 국내 취업자는 고용허가제 협정에 따른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얻는다고 해도 제조업의 저임금 근로자이며, 불법체제를 각오하고 한국에 남는 케이스도 많다. 전공을 살려 취직하기는 더욱 힘들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국내 외래 이주민은 2008년 5월 현재 116만 명, 전체 인구의 약 2%에 달한다. 단순 기능 인력이 약 50만 명, 90일 이내 단기 체류자가 약 30만명, 결혼이주민이 약 16만명 등으로 외국인들의 국내 취업의 질은 열악하다.

윤희원 서울대 대외협력본부장은 “유학생들이 종종 학원 강사로 전전하거나 하는 일 없이 국내 체류하는 걸 본다”면서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선배를 보면 후배들이 오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무역관련 직종에서도 취업이 쉽지 않다. 기업측에서 한국 유학출신 현지인보다, 현지에서 유학한 한국인 출신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오 부연구위원은 “예컨대 기업들은 한국에 온 중국 유학생을 쓰기보다 중국에서 유학한 한국 학생을 채용하려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국 취업의 꿈을 접은 이들은 그래도 자국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의 경우 조선족이나 중국 내 한국어 전공자보다 한국 유학생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오 부연구위원은 “정부 유학정책은 제3세계 국가 엘리트를 친한 인사로 양성하자는 목표도 포함 될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 국내 유입되는 유학생이 엘리트인지, 그들이 졸업 후 뭘 하는지 알 수 없다면 유학생 정책의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 “엘리트 유학생 선발에 초점 맞춰야”
윤정주 경희대 국제교류부처장

경희대 윤정주 국제교류부처장은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뜻깊은 만남을 가졌다. 경희대를 졸업한 유학생들과의 만남이었다. 학생들은 모두 밝고 당당한 모습이었다. 참석자 20명 모두 외교부 공무원 등 정부기관이나 항공회사 등 좋은 회사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그쪽 공무원 중에서도 고급 공무원이나 현지 진출한 글로벌 대기업에 취직했더라구요. 모두 한국 유학 경험을 뿌듯하게 느끼는 듯 했어요. 한 학생은 한국 선생과 통화하면서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죠. 이들이 지한파가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성공한 유학생들이 한국을 빛내고 있었어요.”

경희대는 국내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3,992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등록해있다. 이 가운데 어학연수생이 2,597명으로 가장 많다. 단순 유학생이라고 무시하지 못한다. 이들 중 상당 수는 어학과정을 마친 뒤 학부나 대학원 과정에 진학하기 때문이다. 윤 부처장은 “어학생 중 약 50% 가까이 우리 대학 학부에 입학한다”고 말했다.

“유럽이나 영어권 학생들은 굳이 한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되죠. 영어만으로 전공 공부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아시아 유학생들은 한국어를 배워야 성공하죠. 한국에 취업하든, 자국으로 돌아가든 그렇죠.” 경희대는 이때문에 한국어 강의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부턴 ‘조건부 입학제도’를 신설해 한국어를 못해도 수학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우수 학생을 선별해 뽑아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어학이 모자란다고 문을 닫을게 아니에요. 똑똑한 학생들이라 한국어도 금방 배우죠.”

‘조건부 입학제도’로 입학한 학생들은 한국어 공부와 함께 자국어로 교양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한국어 실력이 늘면서 전공 과목을 들을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정규 과정으로 편입된다. 지난해 이 제도를 통해 입학한 외국인 유학생은 30명 정도로 이 가운데 4명은 한국어를 전혀 몰랐다.

아시아 유학생 대부분 자국으로 돌아가지만, 국내 취업을 꿈꾸는 만큼 이에 대한 지원을 위해 별도의 외국인지원센터(CISS)도 만들었다. 대학원에 진학 중인 아시아 각국 유학생 선배 10여명이 학사 문제는 물론 취업 등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

“외국인 학생들이 국내 취업하는 경우는 아직 적어요. 가능하면 국내 취업의 문도 넓혀줘야할 필요가 있어요. 대학에서 보다 우수한 유학생들을 받아들인다면 긍정적으로 바뀔 꺼에요. 대학과 정부가 같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한용수 기자 (unnys@unn.net) | 입력 : 08-10-24 오후 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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