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고려대 17대 총장에 선임된 이기수 교수(63·법학)가 소감으로 꺼낸 첫 마디는 “긴 터널을 지나 온 기분”이란 말이었다. 그만큼 지난한 도전 끝에 꿈을 이뤘다는 얘기다.
“고려대에 입학부터 총장을 꿈꿨다”
‘고려대 총장’은 그가 “65년 고려대에 입학하면서부터 꿈꿔왔다”고 말할 정도로 ‘오래된 꿈’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그의 꿈은 15대, 16대 총장 도전에 이어 세번의 도전 끝에 이루어졌다.
지난 16대 총장 선출 땐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 심사에서 1위를 했음에도 2위 이필상 총장에 밀려 고배를 마셔야 했다. 지난 2001년부터 불거진 표절논란이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당시 이 교수는 외국서적을 표절했다는 이유로 정직처분을 받은 뒤, 학교를 상대로 정직처분무효 확인 청구소송을 진행중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표절 논란은 다른 데서 터져 나왔다. 총장 선임 직후 이필상 총장은 표절논란에 휩싸였고, 거의 같은 시기 이기수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표절로 볼 수 없다"는 원고승소 판결을 확정 받았다.
이번 총장선출 과정에선 이런 '과거사'가 일정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신임 총장도 기자회견에서 총장선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제가 총추위 평가에서 2위로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총장에 선임됐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것으로 안다"며 "저 자신도 16대 총장선거 때 같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 신임 총장은 총추위 평가에서 염재호 교수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제로베이스 상태에서 진행된 이사회 심사에서는 염재호(53·행정학) 교수를 누르고 총장으로 낙점됐다. 법인은 "이기수 교수의 다양한 경력과 학사행정에 밝은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염재호 교수는 '너무 젊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제는 ‘GPS형 총장’ 시대
이 신임 총장이 지향하는 총장상은 ‘GPS형 총장’이다. 이 신임 총장은 "지금까지는 CEO형 총장이 각광받았지만, 이제부터는 GPS형 총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GPS란 'Global Positioning Supervisor of KU'의 약자로 고려대가 글로벌 대학으로 우뚝 서는 데 총장이 감독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가 제시하는 국제화 전략은 '아웃 바운드' 국제화다. 그는 "실질적인 국제화는 언어의 국제화가 아닌 문화의 국제화"라며 "현지 수학을 통한 국제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이 핵심 공약으로 'LA 캠퍼스 건립'을 제시하는 이유다.
그는 "LA 캠퍼스를 건립해 미주 한인 2,3세들을 교육시키고, 고려대 학생들도 유학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것이 한국의 학문을 세계에 알리면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는 올바른 세계화"라고 말했다.
해외모금원 개척, 총 5000억원 모금
재정확충은 총 5000억원의 발전기금을 모금해 충당할 계획이다. 이 신임 총장은 이를 ▲해외 캠퍼스 조성(2000억원) ▲연구지원(1000억원) ▲안암·서창 등 캠퍼스 개발(1000억원) ▲기초학문지원 재단 설립(500억원) ▲복지시설 확충(500억원) 등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그는 "국내에만 그쳤던 기금모금 방식을 해외로 넓혀 5000억원 이상을 모금하겠다"며 "다각도의 기금모금을 통해 현재 등록금 의존비율을 50%에서 35%로 낮추겠다"고 다짐했다. 등록금 인상에 대해서도 "열심히 기금을 모아 가능하면 등록금 인상이 물가 인상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해외모금은 ▲교포 기부금 ▲해외 기업·재단 모금 ▲고려대 펀드 창설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론 전문화된 기금모금팀을 운영하고, 모금 전담 부총장제를 도입하겠다는 복안이다.
'학내 구성원간 단합'도 강조했다. "어떤 일이든 모든 구성원이 단합된 힘으로 나아가야 발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출교자 문제도 '학생은 교수에게 사과하고 교수는 출교자를 제자로 받아들인다'는 내용의 총학생회 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며 해결의지를 나타냈다.
<이기수 신임 총장 프로필>
-1945년 12월30일 경남 하동 출생
-1969년 고려대 법학 학사
-1977년 고려대 박사과정 수료
-1983년 독일 튀빙겐대 법학박사
-1984년 고려대 법대 부교수
-1992년 고려대 학생처장
-1994년 고려대 기획처장
-1996년 고려대 법학연구소장, 한국경영법률학회 회장
-2005년 한국법학교수회 회장(현)
-2006년 한국중재학회 회장(현)
-한국법률문화상, 홈볼트 연구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