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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계약학과는 ‘계륵’ (?)
산업체 수요 부족, 지방선 정원 채우기 ‘급급’
입학문턱 낮아 일반 약대생과의 학력 차 걱정
실효성 논란 현실화...“계륵과 같다”는 지적도
지난 2월 전국 15개 약대에 배정된 계약학과가 대학에서 ‘계륵’ 취급을 받고 있다. 정원을 채우려면 입학 문턱을 낮춰야 하고, 그러자니 기존 약대생과의 학력차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계약학과는 계륵” 대학들 고민=1일 한국약학교육협의회(이하 약교협)와 대학가에 따르면, 계약학과를 설치한 15개 약학대학들의 고민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 사립대 약대학장은 “산업체 수요가 비교적 적은 지방대 약대들은 계약학과 최저학력기준 자체가 하나의 ‘문턱’으로 작용, 정원을 채우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그렇다고 최저학력기준을 낮추면 수학능력을 못 갖춘 학생이 입학할 우려가 있어 고민하는 대학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중앙대에서 열린 약교협 임시총회에선 전국 공통의 ‘계약학과 최저학력기준’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전국의 약대 학장들이 모여 논의했지만, 대학별 입장이 달라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약교협 김대경 이사장(중앙대 약대학장)은 “약대 전체 위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 대학이 자체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며 “기존 약대 학생들과의 실력 차이나 졸업이 가능할 정도의 수학능력을 갖추는 선에서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계약학과에 대해 제기돼 온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대학이 제약업체와 계약을 맺어 운영키로 한 계약학과에 대해선 △부정입학 가능성 △기존 약대생과의 학력 차 △산업체의 실수요 부족 등이 우려돼 왔다.

■도입 당시 실효성 논란 현실로=교과부가 지난 2월 계약학과 정원 배정 당시, 당초 100명의 정원을 82명으로 줄인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체 실수요를 파악해 본 결과 2~3개 대학과 중복계약을 맺은 업체가 많아 정원을 줄인 것이다. 계약학과 첫 입학생을 받기 전부터 “실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 된 셈이다.

때문에 산업체 수요가 비교적 적은 지방대의 경우 정원을 채우는 게 문제다. 지방에선 충북대(10명)·원광대(5명)·부산대(3명)·전남대(3명)·충남대(3명)·우석대(3명)·대구가톨릭대(3명) 등이 계약학과 정원을 배정받았다. 수도권의 서울대(13명)·이화여대(10명)·중앙대(8명)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배정을 받았어도 “정원을 채우기가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방의 한 약대학장은 “직원 한 명에게 수천만원의 학비를 지원할 만한 업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원 채우기가 급급한 대학의 경우 최저학력기준을 높이기가 어렵다. 한 지방 국립대는 학생 유치를 위해 PEET(약대입문자격시험) 성적 하위 10%를 넘는 학생까지 지원자격을 줄 방침이다.

서울의 A대 약대 학장도 “PEET 성적 하위 30% 이하는 안 된다는 게 마지노선”이라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위 69%는 입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약대 학생과의 학력차가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대학은 기존 약대 입학성적을 감안할 때, PEET성적 상위 30% 이상은 돼야 입학이 가능하다.

지난달 29일 실시된 제 1회 PEET시험에선 전국적으로 1만15명이 최종 응시했다. 전국 35개 약대가 내년 1600명(정원외·계약학과 제외)의 신입생을 선발하는 점을 고려 할 때 약대 입시는 6.3대 1의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약대에 입학하는 일반학생의 학력수준은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기업체에서 재교육을 위해 보내는 계약학과 학생과의 학력 차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서영거 서울대 약대학장도 “내부적으로 계약학과 최저학력기준을 두지 않고, 일반학생과 똑같은 과정을 통해 계약학과 학생을 선발할 것”이라면서도 “일반학생과의 학력차로 약대 수업에 지장을 초래하는 수준은 곤란하다는 점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약대생과의 학력 차 불가피=교과부도 계약학과의 입학자격이 낮아지는 점에 신경이 쓰이긴 마찬가지다. 지난 5월 교과부가 “최저학력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불합격 처리한다는 점을 공고하라”는 지침을 각 대학에 내려보낸 것도 이 때문이다. 약교협도 이런 교과부 뜻에 부응하기 위해 임시총회에서 통일된 최저학력기준을 설정하려고 했지만 실패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약대 계약학과가 몇 년 못가 폐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지방대 약대 교수는 “졸업 후 제약회사에서 3~5년 근무하다가 이후에는 약국으로 빠지는 학생들이 많을 텐데 제약회사 입장에서 투자할 가치가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약대 교수도 “대학이 학생 선발권을 갖는다고 해도 제약업체가 학비를 대는 상황에선 업체측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제약회사 임원과 가까운 학생이 부정 입학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학과 정원을 배정받은 15개 약대는 학과 유지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계약학과가 폐지되더라도 약대 정원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약대학장은 “계약학과는 기존 약대들에게 ‘계륵’ 같은 존재”라면서도 “그나마 계약학과가 실패하더라도 약대 정원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려는 대학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하영 기자 (press75@unn.net) | 입력 : 10-09-06 오후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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