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총장 김한중)가 6일 총장 선임방식 변경안을 발표했다. 기존 직선제 형식을 폐지하고 총장후보 심사위원회가 3~5명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해 이사회가 1명을 지명한 뒤, 이에 대해 교수평의회 인준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하는 내용이다.
핵심은 인준투표다. 이사회의 총장 선임에 대해 신임투표를 실시하는 이례적 케이스라 주목된다. 일반적인 총장 선임 절차에서는 이사회 선임이 끝나면 별도의 이의 제기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연세대는 인준투표를 도입해 이런 관행을 깼다.
직선제냐, 간선제냐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사전 추천이냐, 사후 인준이냐의 문제가 처음 제기된 셈이다. 박진배 연세대 교수평의회 의장은 “이사회가 선임한 총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시행하는 것은 국내 주요 대학 중 첫 사례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학가에서도 신선한 제도란 반응이 나온다. 박순성 동국대 교수회장은 “총장후보 심사위원회 추천을 거쳐 이사회가 선임하고, 다시 교수 투표로 인준하는 것은 의미있는 제도 변화”라며 “직선제 형식은 아니지만 이사회 선임 결과에 구성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사회가 선임한 총장 후보를 무한정 부결할 수는 없다. 연세대는 이사회 선임 후보가 교수평의회 인준투표에서 2명 연속 탈락하면 이사회가 별도 절차를 마련해 총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연세대 총장 선임방식은 국립대 총장 직선제와 매우 유사했다. 교수, 직원이 참여하는 투표를 통해 1·2순위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 1명을 선임했다. 총장을 임명하는 주체가 대통령이 아닌 이사회란 점이 다르다.
연세대 측은 선임방식 변경의 이유로 직선제 폐단 방지를 들었다. 선거 과열과 파벌 형성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외에 교수평의회 투표와 직접 등록 및 학교 측 추천으로 이원화됐던 후보 등록·추천 절차를 통일해 소모적 논쟁을 없애자는 의미도 있다.
연세대 교수들도 대부분 이런 학교 측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 박 의장은 “직선제는 파벌이 생기고 서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은 인사 같은 문제점도 있었다”며 “선거운동 과열을 막으며 교수 의견도 반영할 수 있는 방식을 논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지난 2009년 교수평의회는 이사회에 총장후보 추천권을 일임한 후 신임투표를 진행키로 학교 측과 합의했고, 이번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선임방식 변경안이 확정됐다.
일각에서는 선임방식 변화가 이사회 영향력 강화로 이어져 대학 자치가 후퇴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연세대 한 교수는 “구성원 투표 결과를 이사회가 인준하는 방식에서 이사회가 임명한 후보를 교수들이 인준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사실상 이사회의 결정권이 강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점의 차이일 뿐이란 반박도 있다. 박 의장은 “그동안 교수평의회 투표 1순위가 아닌 2순위 후보가 총장으로 선임된 사례도 있었다. 총장 선임은 이사회 권한이므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며 “하지만 바뀐 방식에서는 투표로 이사회가 지명한 후보를 거부할 수 있다. 이사회 권한이 강화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세대의 총장 선임방식 변경은 대학가 전반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최근 잇따라 총장 직선제에서 간선제나 임명제로 바뀌고 있는 대학가 트렌드에 쐐기를 박는다. 국립대 단과대학장 직선제 폐지 방침과도 맞물려 연쇄적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사회의 총장 선임에 대한 신임투표 절차를 제시해 큰 화두를 던졌다. 기존 방식을 벗어나 대학 구성원이 이사회 안을 인준하는 발상의 전환을 했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절대적 권한을 행사했던 총장 선임 문화가 바뀌는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