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대학들의 제2캠퍼스 조성열기가 뜨겁다. 특히 행정도시, 송도국제도시, 오송생명과학단지 등 향후 전략적 요충지가 될 지역에 입주하려는 대학들의 노력이 분주하다. 고려대·연세대 등 명문사학과 해당 지역의 대학들은 저마다 학교의 명운을 걸고, 각 지역에서 뜨거운 입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대학가에선 이들 지역에 설치되는 새로운 형태의 캠퍼스에 주목한다. 특별한 목적 아래 건설되는 도시와 대학 캠퍼스가 어떤 형태로 유기적 관계를 맺는가가 관심이다. 어떤 대학이 경쟁에서 이겨 최종 승자가 될지도 관심사다.
본지는 창간 19주년을 맞아 행정중심복합도시, 송도국제도시, 오송생명과학단지에 세워지는 각 대학들의 캠퍼스 형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아울러 고려대·연세대·KAIST 등 소위 명문대들이 상대적으로 넓은 부지를 확보하게 된 배경과 그로 인해 벌어지는 지역대학들과의 갈등을 취재했다. <편집자>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정도시), 오송생명과학단지(이하 오송단지), 송도국제도시(이하 송도)에 입주하려는 대학들의 경쟁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고려대·연세대·KAIST 등 소위 명문대들이 상대적으로 넓은 부지를 확보, ‘브랜드’ 덕을 톡톡히 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고려대, 행정도시 대학부지 80% 원해= 이르면 11월경 행정도시건설청(이하 건설청)과 입주 대학 간의 양해각서·토지매입계약이 체결되는 행정도시에는 전체 대학·대학원 부지 161만㎡(50만평)에 고려대와 KAIST만 입주할 전망이다.
우선협상 1순위 대학으로 선정된 고려대는 A지구 77만 4489㎡(23만 8000평)와 B지구 52만 5359㎡(16만평) 모두를 요구하고 있다. 전체 대학부지 면적의 80%에 달하는 규모다. C지구 30만 9821㎡(9만 8,000평)에는 KAIST의 과학기술전략정책대학원과 부설 연구소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건설청이 1순위 대학인 고려대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우선협상 2순위 대학인 한남대의 입주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건설청 유은종 교육계획팀장도 “부지 면적과 위치에서 우선협상권을 갖는 1순위 대학과 협상이 끝나야 2순위 대학과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이에 따라 지역에선 ‘지역균형발전’을 취지로 추진되는 행정도시가 오히려 지역대학을 홀대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엔 대전시가 나서 건설청에 한남대 입주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더욱이 정원 1만명 규모의 캠퍼스를 추진하는 고려대가 요구하는 규모(130만㎡)는 교육부가 제시한 교지확보율 100%(20만㎡)을 채우고도 110만㎡가 남아, 지역사회의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건설청의 입장은 다르다. 최대 50만명이 거주하는 ‘자족형 도시’를 지향하기 때문에 명문대를 선호한다. 소위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외부로 유출되는 인구를 최소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유 팀장은 “행정도시는 기본적으로 정주 인구 50만명이 거주하는 자족형 도시를 지향한다”면서 “지역을 막론하고 경쟁력 있는 대학이 들어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선도적 지위’ 인정하지만···= 송도에서도 연세대가 가장 넓은 부지를 확보했다.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제청)이 송도 5·7공구에 대학에게 할당하고 있는 부지는 109만여㎡(33만평)이다. 이중 연세대가 61만 4000㎡(18만 6000평)을 이미 확보했고, 인하대는 최근 23만 1000㎡(7만평)의 캠퍼스 부지와 연구개발용 9만 9000㎡(3만평)을 확보했다. 이제 남은 대학용 부지는 38만 3000㎡(11만 6000평)정도. 5·7공구에 20만평 입주를 희망한 서강대, 가천의대 등은 부지 확보가 어려운 입장이다.
그동안 연세대가 확보한 부지를 두고 인천지역에서는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역대학에 대한 역차별 주장도 제기됐다.
송도 개발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2005년부터 연세대가 내부적으로 송도 입주를 추진, 작년 1월 가장 먼저 협약을 체결해 ‘선도적 지위’를 갖는 점은 인정하는 분위기. 그러면서도 이로 인해 자신들이 진출할 부지가 현저히 줄어든 것에 대해선 달가워하지 않는다.
아울러 대학가에서는 송도지구가 경제청이 구상하는 ‘첨단산업클러스터’의 역할에 충실하려면 부지는 적더라도 많은 대학을 유치해 특성화가 결합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오송단지, 청주대·충북대 입지 난망= 충북 청원군 일대 약 463만 2000㎡(140만여평)에 조성 중인 오송단지도 지역 대학의 입지가 난관에 부딪쳤다.
청주대는 대학 R&D 연구소가 들어설 수 있는 ‘생산시설용지’에 9만 9000여㎡(3만평) 규모의 설립 계획서를 제출했으나 기각됐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이 심사 과정에서 5000평 규모로 줄일 것을 요청했으나, 청주대가 원래 입장을 고수하자 입지 신청 자체를 취소한 것이다. 이에 청주대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청주대가 반발하는 데는 형평성 문제가 크다. 현재 오송단지에는 1만여평 규모의 고려대 의·생명공학연구소 입지가 확정된 상황. 청주대는 “우리 대학이 3차 분양에 단독 응찰했음에도 연구소 설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고려대보다 더 큰 규모의 부지를 내주기 곤란하다는 게 아니겠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청주대가 신청한 부지에 타 기관들이 입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점이 이러한 의심을 부채질하고 있다. 산단공은 ‘생산시설용지’에는 기업 입주가 1순위라 대학 연구소 부지를 크게 책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청주대 관계자는 “아직 용도가 확정되지도 않은 땅을 못 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신청한 내용 자체에 대한 심사보다는 외부적 요인 때문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충북대는 2002년에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공사(이하 토공)와 오송단지 내 의·생명대학원 설립을 골자로 하는 MOU를 체결했지만, 재원 조달 문제로 아직 본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고려대가 토공 측에 바이오·메디컬 캠퍼스 입지 의사를 타진해 논란이 확대됐다. 김경석 충북대 기획처장은 “지자체 장으로선 ‘업적’ 때문에 명문대를 선호하는 게 당연하지만 지역 대학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하영·김기태·김봉구 기자> news@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