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유명 사립대에 유학 중인 중국 출신 이혜연(24)씨는 학교에서 30여분 떨어진 곳에 월세 40만원짜리 자취방을 구했다. 학교 기숙사가 부족해 입주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학교 앞은 최근 재개발 여파로 월세방을 구하기가 힘들었고 어학연수 당시 지냈던 신림동에 구하기로 한 것. 이씨는 “지난 9월 입학한 뒤 학교 직원으로부터 ‘기숙사가 부족하니 신청해도 안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기숙사비는 50만원정도로 더 비싼데 시설은 지금 쓰는 원룸이 오히려 더 좋다”고 했다.

<사진설명> 정부·대학 당국의 아시아 등 해외 유학생 유치 정책이 보다 견고해지지 않으면 우리 대학 교육의 질 하락과 신뢰도 추락을 염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사진은 경희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 |
국내 대학에 유입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늘고 있지만, 이들의 생활 환경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 기준으로 6만3952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 가운데 기숙사 입주자는 2만7685명(43.29%)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숙사가 수용하지 못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2004년 8437명에서 2005년 1만895명, 2006년 1만6422명, 2007년 2만4791명에 이어 올해 3만6267명으로 5년 만에 4배나 늘었다.
이처럼 기숙사 수용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자비유학생 비율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비유학생은 2004년 76.29%에서 매년 증가해 2008년 4월 현재 85.89%로 증가했다. 대학초청이나 정부초청·파견 유학생 대부분은 기숙사에 입주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숫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숙사에 입주하지 못한 외국인 유학생들은 비싼 월세를 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벌어야하는게 일반적이다. 신림동 지하 단칸방에서 자신의 남편과 함께 생활하는 유학생 방익비(24)씨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밤 10시에 집에 돌아온다. 그는 “서울 물가와 월세가 이렇게 비싼 줄 몰랐다”면서 “한국에서 이런 집에서 지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유학생의 생활환경은 유학 온 당초 취지를 잊어버리게 만들고 있다. 공부보다는 돈 버는게 우선 순위가 되버리는 것.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들의 성적은 낮은 편이라는게 학교 담당자들의 얘기다. 서울대 대외협력본부 임신주씨는 “유학생들의 장학금 기준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실제로 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면서 “아시아 유학생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학교 성적이 많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학생을 위한 성적장학금 기준은 한국 학생들보다 낮다. 언어적인 문제때문에 배려해줘야한다는 것이지만, 이는 한국인 학생들에게는 ‘내국인 역차별이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실제로 유학생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학능력의 차이는 수업의 질을 하향 평준화할 수 있고, 이는 교수들을 곤란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 고려대 국제처장을 맡고있는 강성진 경제학과 교수는 “유학생들은 일단 한국어에 서툴러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수업의 질을 깍아먹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유학생을 무작정 받아들이기 보다 출신국 비율을 조절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학생들의 교육의 질은 특히 국제화 평가 지표라는 명목으로 외국인 유학생 수와 영어강의 비율에만 신경을 써 온 정부와 대학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 유학생이 대다수를 차지하는데도 한국어교육보다는 영어강의 비율에만 집착해 온 탓에 교육의 내실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임해규(한나라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외국인 졸업생들의 논문 중 한국어로 된 논문은 49.1%로 절반이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 논문이 259건(51.1%)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수의과대학 약학대학, 보건대학원, 치의학대학원, 경영전문대학원 논문 중 한국어 논문은 한편도 없었다. 임 의원은 “한국어로 논문을 쓰도록 의무화하거나 유도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유학생 수에 집착하면서 유학생들의 선발 절차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유학생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성적을 보지 않다보니, 특별한 선발 기준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디자인을 전공하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 온 취난카이(24)씨는 한국 대학이 어떤 기준으로 유학생을 뽑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모 국립대에 지원했지만 떨어졌고, 동료 중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다른 학생이 붙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시험도 보지 않았고, 면접도 없었다”면서 “졸업증명서와 성적, 국적 증명서 등 증빙서류만 가지고 어떻게 선발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합격한 친구도 왜 붙었는지 모른다. 학교에 탈락 이유를 물었지만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전에는 성적 안보고 무턱대고 뽑은 경우도 있었지만, 요즘은 우수 학생들을 뽑기 위해 성적 등 수학능력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런면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과잉 배려는 유학생에게 오히려 독”
 윤희원 서울대 대외협력본부장(국어교육과 교수, 사진)은 “외국인 유학생이라고 해서 무턱대로 잘 해주고 배려해줘야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 제자가 많아서 그런지 몰라도, 그들과 지내다보면 한국 학생들과 특히 다르지는 않다”면서 “몇몇 친구들은 지나친 배려가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고 전했다. 윤 교수는 “유학와서 어느정도 고생을 하면서 생활력과 공부에 대한 열정을 갖을 수 있다”면서 “한국 학생 중에서도 공부를 잘하지만, 가정 형편때문에 대학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출신국이 빈곤하다는 이유로 배려를 받는다면, 오히려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대 교수 중 외국인 유학생을 제자로 둔 교수 중 상당수가 형편이 어렵지만 공부에 열정을 갖고 있는 유학생들에게 사비를 털어 지원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 꺼려하는 모 교수는 “대부분 드러내놓고 도와주지 않는다”면서 “돕지 않는 교수는 상대적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을 수 있고, 외국인이라고 해서 동정을 받는다는 건 유학생들에게 불편한 마음을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돕는게 굉장히 조심스런 일이다. 장학금을 주는 것도 투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자선사업이 아니다”면서 “최근 이슬람 학생들이 기도실을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은 외국인에게 과잉 배려한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고 소개했다. 결국 국내 모 사립대학이 세계 처음으로 이슬람 기도실을 별도로 마련해 줬다. 이 교수에 따르면 카이로 대학에도 별도의 기도실은 없으며, 세계 어느나라에 특정 종교 기도실을 둔 예는 없다. 그는 “특히 그렇게 하려면 연구실이나, 강의실 또는 학생들 동아리방을 없애야하는데, 그건 한국학생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학생을 데리고 있는 교수와 아닌 사람의 시각차도 크다”면서 “일부 교수는 아예 외국인 유학생을 받지 말자고 하는 분도 있다”고 했다. 이어 “유학생 정책은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기숙사와 장학금 등 당장의 문제를 곧바로 제도를 만드는데 참고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외국인유학생의 교육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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