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농약 잡곡밥 300원 △화학조미료 무첨가 콩나물국 200원 △무농약쌀로 만든 야채김밥 1100원. 식탁의 ‘그린화’가 이뤄지고 있는 덕성여대 학생식당의 음식 값이다. 음식의 ‘친환경화’ 못지않게 저렴한 가격이 눈에 띈다.
덕성여대는 지난 2006년 9월부터 학생 식당에 공급되는 쌀을 모두 무농약 친환경 쌀로 바꿨다. 여름 농활을 계기로 충북 옥천군과 인연을 맺은 데서 비롯됐다. 매년 이곳에서 생산되는 무농약 쌀이 학생들이 이용하는 교내 식당에 공급된다.
대신 학교측이 쌀을 사들이는 구입가는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식당의 음식값이 저렴한 이유는, 무농약쌀 도입으로 인상된 식재료 값만큼을 학교가 보전해 주기 때문. 발전정책실 김승규 부실장은 “학교식당에 공급되는 쌀을 모두 무농약 쌀로 바꾸면서 연간 2600만 원 정도를 학교에서 보전해 주고 있다”며 “매일 먹는 음식에도 친환경을 이뤄 녹색캠퍼스에 대한 인식을 심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무농약 쌀 공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반응은 좋다. 정지연(식품영양학과 2)씨는 “밖에서 밥을 사먹는 일이 거의 없다”며 “특별한 때 빼고는 학교식당에서 먹는 것이 믿음직스럽다”고 밝혔다. 학생식당 영양사 박세희(23)씨는 “무농약 쌀로 바꾸고 나서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졌고, 식당 이용자 수도 늘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잔반을 남기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다. 성현진(심리학과 3)씨는 “학생들이 무농약 쌀로 밥을 짓는 줄 모르고 먹는 경우가 많아 잔반이 줄지 않는 것 같다”며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홍보를 강화해 학생들이 스스로 음식을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덕성여대 학생식당은 무농약 쌀을 들여오기 전부터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았다. 5년 전부터 학생식당 조리를 책임지고 있는 김금자 조리반장은 “우리집 아이들이란 생각으로 ‘쓰다’ ‘싱겁다’ 불평을 들으면서도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았다”며 “대신 마늘을 많이 넣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가 덕성여대를 찾아간 날 점심으로 나온 콩나물국은 맛이 깔끔했다.
덕성여대는 쌀 외에 다른 음식도 친환경 식재료로 바꿔나갈 방침이다. 김승규 부실장은 “앞으로도 학생들이 자주 먹는 음식부터 친환경 식재료로 점차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12시 45분. 식당의 소란스러움이 잦아졌다. 잔반을 비운 뒤 식기를 반납하고 식당 밖으로 나서니 ‘그라찌에’란 교내 커피전문점이 보인다. △개인컵 가져오면 100원 할인 △테이크아웃 커피 받침대 반납하면 300원 할인 △종이컵 사용하지 않기란 푯말도 눈에 띈다. 덕성여대의 녹색바람은 학생들이 매일 먹고 마시는 식생활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국민대 “수업 통해 녹색지식인 양성”
‘녹색캠퍼스 함께하기’... 배추심기 등 자연과 소통

강의가 시작되자 수업을 듣는 학생 80여명이 모두 밖으로 나갔다. 손에는 필기구 대신 나무이름이 적힌 작은 푯말이 들려있다. 학생들은 북악관을 시작으로 본관을 따라 학교를 한 바퀴 돌며 각각의 나무에 이름표를 달아준다. 조팝나무, 메타세콰이어, 화살나무, 배롱나무 등등….
도시에서 자라선지 나무이름이 헛갈릴 때도 있다. 그럴 땐 교수님이 나선다. “아니 누가 여기에 화살나무 푯말을 달았어? 이건 철쭉이잖아. 이건 조팝나무가 맞고.”
국민대 ‘녹색캠퍼스 함께하기’ 수업시간에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배운 숲에 관한 지식을 토대로 나무에 이름을 달아주고 있다. 푯말 뒤에는, 푯말을 달아 준 학생의 이름이 적혀있다.
수업을 지도하는 이창현(언론정보학부) 교수는 “학생들이 자연과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녹색캠퍼스 함께하기 수업을 시작했다”며 “학생들이, 자신이 몰랐던 나무에 직접 이름표를 달아주면서 자연스럽게 나무와 자연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배추를 심고 가꾸는 시간도 있다. 국민대는 지하주차장 공간이 마련되면서, 지난 2007년 9월 국제관 앞 지상 주차공간에 배추밭을 만들었다. '녹색캠퍼스 함께하기'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여기에 각자 자신의 배추를 심는다.
학생들은 자신이 심은 배추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게 마냥 신기하다. 박진이(생명나노화학과 4)씨는 “내가 심은 배추가 커가는 걸 보니 뿌듯하고 학교에 애착이 간다”며 웃어보였다.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 수업시간에 심었던 배추를 살펴보며 모두들 신기해한다. “이것 좀 봐. 내 배추가 갑자기 커졌어! 벌레도 있어! 이게 내꺼 맞아?”
야외 체험수업이 없는 날은 강의실에서 이론수업이 진행된다. 숲과 나무, 지구에 관한 이론을 배우는 것이다. 5인 1조로 팀을 나눠 에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이를 실습해 보기도 한다. 가장 인기 있었던 에코 아이디어는 ‘식용유로 버스 운행하기’였다.
녹색캠퍼스 함께하기 수업은 2003년 개설됐다. 이창현 교수는 “에코캠퍼스를 만들기 위해선 캠페인만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교수들이 먼저 실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7명의 교수가 녹색캠퍼스 함께하기 수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강의는 △경영학(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 △산림자원학(숲과 녹색캠퍼스의 의미) △사회과학부(과학기술과 환경보호) △금속공예학(환경운동과 중고시장) △건축학(현대건축과 환경) △언론정보학부(기후변화와 미디어) 등 전공이 다른 7명의 교수들이 환경을 주제로 돌아가며 진행한다.
이 교수는 “녹색캠퍼스란 녹색 지식인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김희준(경영학과 4)씨는 “환경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요즘은 일부러라도 꼭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신하영 기자·홍여진 인턴기자>
재생에너지 이용 전기료 절감
교내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 대학 54개교
설치 용이해 지열·태양열 보다 ‘인기’
전기료 절감 ‘쏠쏠’ 교육·연구에도 도움 신재생 에너지는 에코캠퍼스의 동력과도 같다. 환경문제를 줄이면서도,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체계를 마련할 수 있어서다. 태양광·태양열·풍력·수력·지열 등 여러 재생 에너지 자원 가운데 대학들이 ‘애용’하는 자원은 태양광이다. 특이 여러 대학들이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료를 절감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06년 4월 서울캠퍼스와 이천 스포츠과학센터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한 건국대는 2년여 동안 총 23만2852kWh의 전기를 생산했다. 대학들은 보통 kWh 당 100원에 전기를 이용하고 있다. 때문에 생산된 전기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건국대는 2년간 약 2억 원이 넘는 전기료를 절감한 셈이다. 이에 비해 건국대가 투입한 설치비용은 1억4000여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사업비는 4억8000만원 정도지만, 이중 70%(3억3000원)는 에너지관리공단이 보조해 줬기 때문이다.
정부는 90년대부터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기관에 사업비의 70% 정도를 보조해 왔다. 대학은 2000년에 들어서면서 소규모 시범사업을 시작, 현재는 86개 대학(시범사업제외)이 이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중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한 대학은 54곳. 태양광 발전은 비교적 설치가 간단하고, 빛 에너지를 바로 전기 에너지로 바꿔 자가소비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태양열(18개 대학)이나 지열(16개 대학)보다 태양광 발전의 인기가 월등한 이유다.
2007년부터는 정부 보조가 70%에서 60%로 줄었지만, 태양광 발전의 인기는 여전하다. 상지대는 2006년부터 매년 용량 50kw짜리 태양광 발전설비를 하나씩 늘려가고 있다. 2006년에는 동악관에, 2007년에는 예술관에 각각 설치했다. 시설과 연호선 담당직원은 “발전설비가 설치된 건물 한 곳당 연간 전기료가 600만원이나 절감된다”고 전했다.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함으로써 대학은 교육과 연구에도 도움을 받는다. 창원대 박인원 메카트로닉스공학부 교수는 “학생들이 개념적으로만 갖고 있던 태양광 발전 설비를 견학해 봄으로써 얻어지는 교육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창원대는 2005년 발전설비를 설치한 이후 지금까지 9만1250 kWh의 전기를 생산했고, 연간 3500만원의 전기료도 절감하고 있다.
건국대도 태양전지 모듈 연구에 도움을 받고 있다. 안형근 전기공학과 교수는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을 높이려면 태양전지 모듈의 내구성과 성능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며 "태양광 발전설비를 실제로 설치해 보니 모듈의 성능이 저하되는 요인을 찾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06년 12월 학생회관 옥상에 발전설비를 설치한 한국기술교육대(이하 한기대)도 학생 교육효과를 쏠쏠히 보고 있다. 오성철 정보기술공학부 교수는 "실습시간에 학생들에게 조그만 용량의 전력변환장치만을 만들도록 해 오다가 50kW짜리 발전설비를 직접 보여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기대의 태양광 발전설비는 18개월 동안 9만1200 kWh의 전기를 생산해 전기료 900여만원을 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