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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천안함 침몰 '제한적 공개' 해야"
"공개 과정 성의있게… 소통·신뢰 위한 노력 필요"

지난달 26일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사건 규명 과정이 정부의 소통 능력과 신뢰도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그간 국방부는 침몰 영상을 편집해 일부 내용만 공개하는가 하면, 사고 발생시각도 연이어 정정 발표하는 등 미숙한 대처로 문제를 키웠다.

정부는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사고 원인을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국민의 ‘체감 시간’은 너무 흘렀다. 사고 내용에 관한 공식 발표조차 오락가락하고, 공개 과정이 지지부진하면서 국민들도 ‘천안함 피로증’에 걸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교수들은 대부분 천안함 침몰 과정 규명에 대해 ‘제한적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 아니라면 관련 내용을 즉각 밝혀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또 정부가 공개와 소통 과정에 성의있게 임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법학)는 “국익을 위해 언론에 공개를 제한할 수는 있다. 다만 일반적 공개가 아닌 ‘제한적 공개’는 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나 유족 변호사 등에게는 공개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보공개청구로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국익을 보호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김필동 충남대 교수(사회학)도 “군사적 기밀이 아니라면 현재까지 파악한 부분을 명명백백히 공개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 교수는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현 상황을 정리하려면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불가피할 경우 차후 발표를 수정하더라도 정부가 지금까지의 내용을 국민들에게 성의껏 알리는 자세가 절실하다. 아직은 그런 성의가 부족해보인다”고 꼬집었다.

천안함 침몰 사고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만큼 정부의 투명한 공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사회학)는 “촛불집회 때의 정부 대처와 비슷한 느낌”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솔직하게 대화하지 못해 스스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추이를 지켜보면 이번에도 ‘비밀주의’를 통해 사태를 모면하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이슈로 부각되는 것을 경계하기도 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법학)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정치적 이용이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탈정치’ 원칙에 입각해 알 권리를 추구하는 차원에서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당은 정치 공세로 몰아가지 말아야 하고, 군 당국도 정치적 계산을 깔고 발표 시점이나 수위를 조절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천안함 인양 작업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선체가 인양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고 원인을 추측하거나 가설을 세우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군과 정부가 상황을 보다 빨리 파악해 대처하지 못한 점에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한국해양공학회장을 지낸 윤한기 동의대 교수(기계공학)는 “언론에 제기된 좌초나 어뢰 공격 가능성 등은 모두 하나의 가설일 뿐, 선체를 인양해야 사고 원인을 확실히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종자 가족은 당연히 늑장 대처로 받아들이겠지만, (전문가 입장에서도) 초기 상황 정보를 좀 더 빨리 입수했다면 대응도 그만큼 빨라졌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백점기 부산대 교수(조선해양공학)도 “선체의 자체 손상이나 ‘피로파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는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라며 “결국 관건은 침몰된 천안함의 함미 부분을 인양하는 작업이 얼마나 빨리 이뤄지느냐에 달렸다. 인양된 후 파괴 모양이나 단면을 살펴보면 사고 요인을 정확히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0-04-02 오전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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