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처음 배출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의 앞길이 만만찮다. 변호사시험(이하 변시) 합격률 결정이란 큰 산을 넘었지만 제도 시행을 앞두고 곳곳에서 제동이 걸렸다. 로스쿨 제도에 대한 법조계의 ‘반신반의’가 여전해서다.
현 상황대로라면 로스쿨 졸업생이 법률 사무를 맡기 위해선 다소 복잡해진 과정을 거친다. 유급을 피해 변시에 합격한 뒤 의무적으로 실무수습을 받아야 한다. 이후 일정 기준 이상의 법조 경력을 쌓아야 법관에 임용될 수 있다. 더구나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로클럭 제도 도입은 당초 2012년에서 2015년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12월 변시 합격률 80% 이상을 주장하며 집단행동에 나선 로스쿨생들.<한국대학신문 자료사진>
■ 사개특위 ‘실무수습 의무화’ 결정 = 지난 25일 열린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전체회의는 ‘전관 예우 금지법’ 통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로스쿨의 눈길이 쏠린 부분은 따로 있었다. 로스쿨 출신 변시 합격자가 의무적으로 6개월간의 실무수습을 받도록 한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법원·경찰청·법무법인(로펌) 등에서 법률 사무에 종사하거나 연수받지 않으면 법률사무소 구성원이 될 수 없도록 제한한다. 사개특위는 지난해부터 로스쿨 출신의 실무수습 의무화 방안을 제시해 이번에 내용을 확정했다. 단 수습기간은 당초 논의된 안(案)보다 줄었다.
로스쿨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단발성’ 실무수습은 실효성 자체가 없다는 얘기다. 손기식 성균관대 로스쿨 원장은 “겨우 6개월간 어떻게 교육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수습보다는 직접 일할 직역에 들어가 배우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꼬집었다.
로스쿨들은 어디서, 어떻게 교육받는지 정하지 않은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사개특위가 로스쿨 출신에 대한 막연한 불신으로 수습기간만 정했을 뿐이란 게다. 어느 기관에서 실무수습을 받느냐에 따라 교육의 질이 천차만별이란 점에 비춰보면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신현윤 연세대 로스쿨 원장은 “법률 사무를 제한하는 내용은 로스쿨 졸업생에 대한 차별이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매년 15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연수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춰져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권혁재 경북대 로스쿨 원장도 “실무수습 교육기관 자체가 정해지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도 교육기관 만들 생각이 없다”며 “개인 사무실에서 수습을 하더라도 교육 내용이 모두 다르지 않나. 실질적 도움이 안 되고 시간 낭비만 될 수 있어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김형주 로스쿨 학생협의회 대표는 “실무수습이 필요하다면 기간만 명시해선 안 된다. 어떤 기관에서 어떻게 교육받는지, 변시 후 공백 기간에 맞춰 실무수습을 할 수 있게 조정되는지 등 전체적 내용과 일정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 변협과 화해? “로스쿨 폐지” 60% = 주목할 점은 그간 변시 합격률, 로스쿨 출신 검사 임용안 등에서 로스쿨 측과 이견을 보여온 변협이 최근 공동행보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변협은 로클럭·준법지원인 제도 등 법조 직역 확대에 로스쿨과 손을 잡았다. 이어 실무수습을 의무화한 사개특위 안에도 “탁상행정일 뿐”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1차적 원인은 큰 틀에서 로스쿨과 변협이 힘을 합칠 부분이 더 많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행 사법시험 폐지가 명시돼 로스쿨 체제와의 공존이 불가피하다는 것. 실제로 로스쿨협의회와 변협은 임원진 간담회 등을 열며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미묘한 의견차는 남아있다. 6개월 실무수습 의무화 반대는 같지만 속내가 다르다. 로스쿨 측은 실무교육을 받은 만큼 수습과정 없이 변호사로 활동하며 현장 실무를 배우는 방향을 추구한다. 반면 변협은 실무수습을 한다면 실제 도움이 되도록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개특위 안대로 실무수습을 의무화할 경우 변협은 실무수습 주 교육기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변협이 로스쿨 졸업생들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이런 현실적 문제 때문에 사개특위 안에 반대한다는 시선이 있다.
더구나 로스쿨과 변협의 화해 무드에도 불구, 로스쿨에 대한 법조계의 불신은 여전하다. 최근 (사)한국기업법무협회가 법조계 종사자와 로스쿨, 일반대학원 법학과 교수 등 전문가 4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60.6%가 로스쿨 제도 폐지론을 펼친 게 대표적이다.
이들의 우려는 “로스쿨 3년 동안 법무인력으로서의 실력이 갖춰질지 의심된다”(50.2%)는 것으로 요약된다. 최근 논란이 된 원장 추천에 의한 로스쿨 출신 검사 임용안에 대한 반대(83.4%)가 찬성(16.6%)을 압도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 오락가락 로스쿨 대책에 ‘안갯속’ = 로스쿨의 장래가 불투명한 것은 기존 법조계의 불신으로 인해 관련 대책이 계속 바뀐 탓이 크다. 변시 합격률부터 로스쿨 출신 검사 임용 방식, 의무 실무수습 기간, 로클럭 도입 시기까지 ‘결정의 일관성’이 부족했다. 로스쿨들은 사개특위 안의 유예기간을 두는 등 예측 가능성을 높여달라는 주문을 내놨다.
로스쿨 입학정원의 75%로 정해진 변시 합격률을 둘러싼 갈등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원장 추천 방식의 로스쿨 출신 검사 임용안은 법조계 반발에 따라 성적 위주 선발로 바뀌었다. 의무 실무수습 기간도 길게는 2년까지 제시됐지만 6개월로 줄었다. 대법원이 제시한 로클럭 도입 시기인 2012년 역시 사개특위가 2015년으로 늦췄다.
쉽게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내용 때문에 관망하는 경우가 보인다. 하경효 고려대 로스쿨 원장은 “지금 논의된 사안들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아니다. 알려진 내용들이 확정 추진되면 그때 입장을 내놓는 게 나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사개특위가 통과시킨 안에 대한 불만이 크다. 안에 따르면 일정 기간 이상 법조 경력이 있어야 법관으로 임용되도록 해 로스쿨 출신은 당분간 임용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신현윤 연세대 로스쿨 원장은 “아직 로스쿨 첫 졸업생도 나오지 않았다. 초기엔 관련 제도를 예고 차원에서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로클럭 제도 도입 시기를 늦춘 데 대해선 로스쿨협의회 차원 성명을 내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권혁재 경북대 로스쿨 원장은 “로클럭 제도는 대법원이 강력 추진하고, 로스쿨 출신이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제도인 만큼 즉각 실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해 당사자인 로스쿨 학생들도 움직인다. 학생들은 변시 합격률 결정 당시 집단행동 이후 별도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김형주 로스쿨 학생협의회 대표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은 것은 여러 제도들이 별개의 사안이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5월 중순께 그간의 논란에 대한 학생들의 입장을 종합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