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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덕성여대 공동기획]③여대문화가 여학생들을 키운다
경쟁·협력관계 공존하는 여대문화
공통 관심사 바탕 ‘여성 특화교육’

여대에는 여대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 여대를 다닌 졸업생이나 여대 교수들이 입을 모으는 대목이다.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 등 진로가 불투명한 여성끼리의 경쟁이 극대화되는 경향이 있는 한편, 친화력과 배려심이 그 간극을 메우는 모습도 발견된다.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렵지만 남녀공학 출신과 여대 출신 여학생들이 차이점을 보이는 것 또한 이 같은 측면에서 연유한다. 여대도 이를 충분히 활용한다. 특유의 학풍을 강조하거나 여성의 장점에 포커스를 맞춘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여대의 독자적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0 여대로 살아남기’

< 글 싣는 순서 >

(1) 전면에 나서는 여대생들 많아진다
(2) 여대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3) 여대문화가 여학생들을 키운다


■ 동성간 불꽃튀는 경쟁 = “여자의 적은 여자”란 말이 있다. 통상 우스갯소리로 쓰는 말이지만 대학가에서 이 말은 사실로 통한다. 대학 진학률을 비롯해 여성 법관 임명률, 외무고시 합격률 등 다양한 통계지표에서 여성의 약진이 눈에 띄는 것과는 별개로, 취업시장의 문은 여대생에게 여전히 좁다. 취업과 시집(결혼)을 합친 ‘취집’이란 말이 성행했던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진로 문제를 보다 고민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 여대생들은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남녀공학에서 최상위 학점을 받은 이들이 대부분 여학생이란 사실이 이를 대변한다. 학점을 비롯한 각종 ‘스펙’에서 앞서야 상대적으로 불리한 취업시장에서 남학생들과 경쟁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탓도 있다.

여학생들만 모여있는 여대는 이런 경쟁이 더 심한 편이다. 수업 필기 내용을 빌려주기 꺼리거나 시험 기간에 공부한 정도를 줄여 말하는 일상적 사례들이 그것. 입학하자마자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에 열중하는 학생들도 많다. 한 동덕여대 졸업생은 “학업·취업 준비에 여학생들이 열심인 건 남녀공학이나 여대나 같지만, 그 비율은 여대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여대는 위계질서도 의외로 강하다. 신라대(전 부산여대) 박재욱 기획처장은 “남녀공학 전환 전후를 비교하면 오히려 여대였을 때 선후배 관계도 엄격하고 규율도 셌다”면서 “각종 행사를 진행해보면 첫 신입생으로 들어온 남학생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할 만큼 ‘군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 특유의 친화력은 강점 = 물론 여대에 경쟁관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동성이란 ‘조건’은 경쟁의 전제가 되기도 하지만, 어느 테두리 안에 들어오면 되레 여성 특유의 친화력이 빛을 발하기도 한다. 일단 확실한 유대감이 생기면 경쟁이 아닌 협력관계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학생들만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때문에 이들의 시점이나 고민 등이 한 프레임으로 모아진다는 게 여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덕성여대 양정호 발전정책실장은 “학생들이 공통 관심사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풍토가 여대의 큰 특징”이라며 “덕성여대가 소통·이해·동행·나눔 같은 개념을 핵심 교육 프로그램에 집어넣은 것 또한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덕성여대가 ‘파트너십’을 되풀이 주창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여성부 장관 출신 지은희 총장이 앞장서 “리더가 아닌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말해왔다. 이에 따라 배려와 친화력, 대화를 바탕으로 한 협력을 강조하며 파트너십 교육 인증을 마련하기도 했다. 남성과 다른 여성의 특성을 살려내는 것이 역설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말이다.

서울여대도 여성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공동체 기반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일정기간 숙식을 같이 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토록 해 인성과 공동체 의식을 습득하는 데 역점을 뒀다. 서울여대의 대표 커리큘럼인 ‘바롬 프로그램’이나 방학 동안 기숙사에서 진행되는 몰입형 원어민 영어교육 ‘SWELL(서울여대 English Language License) 프로그램’이 이 같은 사례로 꼽힌다.

■ 여대문화 리더십 길러 = 여대 문화가 강점을 갖는 지점은 결국 경쟁과 협력관계를 넘나드는 특이한 ‘양가성’에 있다. 남녀공학의 여학생도 이를 경험하지만, 보다 집중되고 특화된 공간인 여대에서 이를 체감할 가능성이 높은 것 역시 사실이다. 모든 일을 여학생들이 주도하는 여대의 상황이 이 차이를 더 크게 만든다.

이화여대는 여대 특유의 문화가 대표 여성 리더를 길러낸 대표적 케이스다. ‘여성 최초’란 수식어는 유독 이화여대 출신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여성 박사 1호 김활란 전 이화여대 총장, 국내 최초 여의사 박에스터, 첫 가족법 개정을 실현한 이태영 변호사를 비롯해 가까이로는 첫 여성 국무총리를 역임한 한명숙 전 총리 등이 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이화여대는 여성 리더십에 관해서는 독보적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화여대 역사는 서울·연세·고려대 출신이 해내는 것은 이화여대 출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온 역사”라며 “남성 중심 사회의 편견을 깨뜨리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학풍이 강하다. 세부 프로그램보다 그런 분위기가 이화여대의 오늘을 있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경북대 박남희 교수(전국여교수연합회장)는 “여대의 특화된 교육을 통해 여성 리더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남녀공학인 명문대를 졸업한 이보다 여대를 졸업한 경우 사회 요직에 진출하는 사례도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여대 이미식 기획정보처장도 “여대는 여학생들이 모든 일을 맡아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길러주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정용진 덕성여대 졸업생
중어중문학과 졸업, 아시아나항공 취업

- 여대를 다니며 어떤 점이 남녀공학과 다르다고 느꼈나요.

“여대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여자가 다 해야 해요. 하다못해 무거운 짐을 들 때도 남학생에게 미룰 수가 없어요. 독립심이나 책임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남녀공학에선 발표를 한다든지 일을 처리해야 한다든지 할 때 막연하게 남학생이 나서겠거니 할 때가 있잖아요. 저도 원래 앞에 나서는 성격은 아닌데 여대를 다녀서 좀 더 적극적으로 이런 일, 저런 일 했던 것 같아요. 대학 다니면서 홍보대사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남녀공학을 다녔어도 맡았을지는 의문이거든요.”

- 여학생간 경쟁이 치열해서 여대가 힘든 점도 있을 듯 한데요.
“서로 경쟁적으로 모든 일을 열심히 하는 건 있어요. 시험을 칠 때도 서로 공부 많이 안 했다고 그러거든요. 다들 좀 더 잘해야지, 확실히 해서 인정받아야지 하는 마음이 강해서 경쟁이 치열한 것 같아요. 그리고 사회에 나와 느낀 건데, 여대 출신은 남녀공학 출신에 비해 처음엔 남자와 같이 일하는 게 약간 어색하더라구요. 남자 선배가 후배를 챙겨주는 모습도 부럽기도 했죠.”

- 반면 여대만의 장점도 있을 것 같아요.
“여대는 여학생들만 있으니까 유대감이 참 강해요. 친구들끼리는 자발적으로 챙겨주곤 하거든요. 어느 정도 친해지고 나면 서로를 많이 위해준다고 할까요? 또 여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얘기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무래도 ‘취업 눈높이’가 비슷해서 졸업 후 가고 싶은 직장이나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선호 분야나 관심사가 같다 보니 취업과 관련한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고,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고, 그런 점이 좋죠.”

- 여학생 취업에 여대가 강점을 가진 부분이 있다면요.
“여대는 공부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요. 저학년 때부터 시험기간이 아니라도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몇몇만 그러면 유별나다고 하겠지만, 다 같이 하는 분위기라 서로 힘을 받는 것 같아요. 학교 차원의 여학생 맞춤형 취업 프로그램이나 인턴십, 모의면접 같은 행사가 잦아서 취업 준비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김봉구 기자 (paper81@unn.net) | 입력 : 10-08-27 오후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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