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것은 법무부가 내놓은 로스쿨생 검사 임용안. 로스쿨 원장의 추천을 받아 로스쿨생을 검사로 우선선발하는 내용에 대해 사법연수원생들이 철회 요구 성명을 발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사법연수원생 42기 자치회는 3일 열린 창립총회에서 법무부 안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 “헌법상 능력주의에 위배되며 ‘현대판 음서제도’나 다름없는 졸업 전 검사 임용에 반대한다. 로스쿨 검사 임용안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41기도 성명을 내는 등 파문이 확산됐다. 변호사 자격도 없는 로스쿨생의 검사 선발은 어불성설이란 것이다.
로스쿨 측은 사법연수원생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다. 아직 구체적 임용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로스쿨에 대한 비판이 과할 뿐 아니라, 로스쿨 자체를 인정 못하겠다는 것으로도 비친다는 지적이다. ‘현대판 음서제도’ 같은 표현은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경효 고려대 로스쿨 원장은 “원장 추천을 받는다 해서 모두 검사로 임용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또 원장이 아무런 기준 없이 인맥 등에 따라 임의로 추천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연수원생 입장에선 검사 임용 기회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겠지만, 법무부 안이 무조건 잘못됐다는 식의 비판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신현윤 연세대 로스쿨 원장도 “이미 우수 로스쿨생을 로펌이나 법원에서 선점해가고 있다. 법무부도 인재 확보 차원에서 안을 마련한 것으로 본다”며 “유능한 인재인지를 가장 잘 아는 게 직접 가르친 교수들이다. 원장 추천제는 자연스러운 요청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로스쿨은 추천할 뿐, 법무부가 임명하는 것이다. 음서제란 표현은 말이 안 된다”고도 했다.
사태가 커지자 법무부는 자료를 내고 “로스쿨 검사 임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로스쿨 원장이 추천한 학생을 바로 검사로 임용하는 것은 아니며, 추천 로스쿨생에게 검찰청 심화 실무수습 기회를 부여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조계가 제기하는 로스쿨생의 검사 임용 대상 제외 주장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법무부는 “로스쿨 설립 취지와 어긋나 받아들이기 어렵다. 당연히 로스쿨 출신에게도 검사 임용 기회를 줘야 한다”며 “단 검사 임용안은 의견 수렴 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쿨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면서 ‘밥그릇 싸움’용 집단행동이란 지적이 이어졌다. 앞서 로스쿨생들은 지난해 말 변호사시험 합격률 문제로 자퇴서를 모아 제출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번에 사법연수원생들도 집단행동에 돌입하며 논란을 더 키웠다. 법무부 안이 시행될 경우 연수원생들의 검사 임용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확실치 않은 내용을 공표한 게 문제란 비판도 나왔다. 로스쿨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충분한 사전 검토를 거쳐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는 게다. 이준영 전북대 로스쿨 원장은 “로스쿨 검사 임용안이 확정된 게 아니라 로스쿨 원장협의회에서 이 내용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구체적 안이 나와야 생산적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로스쿨 제도에 대한 소모적 찬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기존 사법시험 제도와 공존하는 방안을 찾는 게 현실적이란 얘기다. 법무부가 내놓은 로스쿨생 검사 임용안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한 것이란 설명이다.
하경효 고려대 로스쿨 원장은 “어느 한 편이 우수하다고 판가름나지 않은 상황이다. 사법시험과 로스쿨 제도가 병행되므로 상호인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신현윤 연세대 로스쿨 원장도 “로스쿨 출신은 법률문제 해결능력이 뒤떨어진다는 일부 법조계의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과도기인 만큼 양 제도의 차별점 최소화와 함께 형평을 맞춰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