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이 9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전임총장 9명은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학생들의 점거 농성을 풀 것을 촉구했다.
전임 총장들은 7일 오후 5시 호암교수회관에 모여 법인화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대학과 학생들은 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권이혁 전 총장은 이번 모임과 관련 “서울대 개교 이래 총장들이 한꺼번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금의 사태에 대해 “모든 총장들이 걱정할 만한 사태다. 9명의 총장들이 얼마나 상심하고 걱정하는지를 잘 알아달라”고 말했다.
이현재 전 총장도 이번 모임을 “65년 서울대 역사 이래 처음”이라며 “서울대가 국립대로 출발한 것이 ‘제1의 개교’라면, 서울대 법인화는 ‘제2의 개교’”라고 설명했다. 이 전총장은 “총장들 모두 관심도, 걱정도 많다”며 “궁극적으로는 학생신뢰를 해야 나중에 해결이 됐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과거 조광조가 성균관학사들에게 했던 ‘論是非(논시비)는 可(가)하나定是非(정시비)는 不可(불가)하다’는 문구를 들고 “충분히 논의하고, 의견도 전달하고 발전을 모색해야 하지만, 물리적으로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조완규 전 총장 역시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제기 하는 것은 좋지만 학생들이 ‘근본부터 안 된다’고 하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총장과 학생과의 부단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봉식 전 총장은 “서울대 법인화법이 갑자기 진행된 게 아니다”며 “30여명의 전문인력이 20년 전에 만든 장기발전을 토대로 기초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과학기술원 총장으로 있는 선우중호 전 총장은 광주과학기술원의 사례를 들어 법인화의 장점을 설명했다. 선우 전 총장은 “법인화 운영되는 광주과학기술원은 자율성이 보장되고, 학교 발전 가능성이 많다. 법인화 해서 단점도 있겠지만 장점만 살려서 세계적 대학으로 발전하는데 보탬이 된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강종했다.
정운찬 전 총장은 법인화 후 인사권의 자율을 특히 강조했다. 정 전 총장은 “현재 서울대는 입학 시 학생 선발과 교수 선발의 자율권은 상당 부분 보장됐지만, 직원들의 인사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직원 인사와 관련한 자율권 행사 위해 법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재정 문제에 대해서도 “현재 수준의 투자로서는 웅비하기 힘들다”며 “법인화 되면 재정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연천 전 총장의 전임이었던 이장무 전 총장은 “법인화는 교육체제의 혁신이라는 역사적 과제 위해 국민적·국가적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며 “서울대가 이러한 짐을 지고 대한민국의 교육을 바꾸겠다는 결단에서 출발한 게 바로 법인화”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많은 사람들이 법인화하면 민영화한 사립대로 생각하게 마련인데 국립대의 정체성을 유지한 법인 서울대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보다 넓은 발전적 시각에서 바라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모임에 대해 전임 총장들은 “어느 누가 주도해 진행한 것은 아니었다”며 “이번 사태가 워낙 중요하다고 공감해 만나서 의논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모임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모여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이날 모임에는 권이혁(15대)·이현재(16대)·박봉식(17대)·조완규(18대)·이수성(20대)·선우중호(21대)·이기준(22대)·이장무(23대)·정운찬(24대) 총장 등 9명이 참석했으며 작고한 김종운 전 총장(19대)을 제외한 생존 전임 서울대 총장들이 모두 모인 것은 서울대 개교 이래 처음이다.